어느 누군가 발정 난 말의 정액이 뿌려진 자리에서 육종용이 돋아난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난 육종용의 생태를 한번도 보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 말을 믿었고, 육종용 정도라면 그 정도는 되지 않겠느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발정 난 말의 대포 같은 성기를 상상만 해도 육종용의 힘이 얼마나 놀라울까를 그려볼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약초를 둘러싼 이와 같은 이야기는 비단 육종용뿐만 아니다. 옛날 즐겨 보았던 무협지에서뿐만 아니라 역대로 내려오는 본초서에조차 약초에 대한 효능이 지나치게 신비스럽게 포장된 부분이 끼어져 있다.
불로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와 관심이 약초를 신비화시켰을 부분도 있고, 더군다나 교통이 나쁘고 정보의 전달이 어두웠을 옛날이라면 본초가라 하더라도 그 많은 종류의 약재들의 현장들을 일일이 찾아보기 어려웠을 것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강성까지 4000km를 뛰어 넘어 가는 이 길은 어찌 보면 약초에 대한 그와 같은 환상을 깨어주기 위해 가는 냉정한 길인지도 모른다.

‘움푹꺼진 땅’ 투루판

신강성을 통과할 때 보이는 것은 그저 자갈과 모래언덕과 그리고 여기에 한때 사람이 살았을 거라고 추정되는 모래무덤들뿐이지만 일출의 광경은 역시 스펙타클하다.
일출이 지나고 아침이 되어 사막 속의 도시 吐魯番에 도착했다. 위구르어로‘움푹꺼진 땅’이라는 뜻의 투루판은 여름철 온도가 42℃까지 올라가는 도시로 모래에 달걀을 묻으면 달걀이 익는다고 한다.
반면 겨울철은 영하 30도에서 35도의 혹한이 찾아와 기온의 차이가 아주 심한 곳이다.
기온차가 크고 일조량이 많아 투루판의 과일은 당도가 높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포도는 재배역사가 2000년이나 된다고 하는데 우루무치의 시장 곳곳에서 투루판에서 재배한 씨 없는 건포도를 볼 수가 있었다.
그러나 투루판역을 통과하면서 차창 밖으로 보여지는 투루판의 풍광은 가난에 찌든 작은 도시에 불과했다.
역무원의 의복도 남루하고 사람들의 몰골도 초라한 것을 보니, 허지만 사람들은 얼굴들은 모두 순해 보인다.

아니 여기가 天山인가?

아침이 되어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침대칸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서니 사람들이 차창에 붙어 사막의 저 끝을 쳐다본다. 멀리에서 머리에 흰눈을 뒤집어쓴 설산들이 보인다.
이 메마른 사막에 웬 설산인가. 아니 여기가 天山인가. 위치상 천산은 아닌 듯 한데…. 오랫동안 황량한 모래사막만을 보고 오느라 지친 승객들은 멀리 설산을 보고는 제각기‘장관이다’라고 소리친다.

우루무치에 도착하기 1시간 전 갑자기 풍광이 바뀌어 아름다운 초원이 나타났다. 삭막한 사막은 사라지고 초원에는 양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간간이 물이 흠뻑 고여있는 습지도 나타난다. 습지 주변엔 큰 나무들이 무성해 많은 그늘을 만들고 주변엔 꽃들도 만개해 있다. 아! 이것이 오아시스인가. 옛날 사막을 횡단하던 대열이 여기를 보고는 얼마나 기뻐했을까!
나무와 초원과 그리고 태양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있는 쉼터, 오랫동안 사막을 가로질러온 여행객들에게 이곳은 바로 낙원에 비유할 수 있는 곳 일게다.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아 정말 좋구나. 정말로 아름답구나.

우루무치 주변지역은 소금기가 묻어 있는 땅들이 많다.

강가엔 소금이 말라붙어 하얀 덩어리들이 보이고, 염분이 많은 호수에선 소금을 만드는 염장이 있었다. 육종용도 소금기가 많은 땅에 자라는 것은 잘 변질이 안되므로 일부러 소금기가 많은 강물에 씻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같은 사정을 아는 상인들이 중량을 늘리기 위해 염분을 가하는 것인 모양이다.
정확히 아침 10시에 우린 우루무치역에 도착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루무치에 도착하니 우루무치는 사라지고 없었다.

우루무치 없는 우루무치

‘아름다운 목장’이란 뜻으로 예부터 소와 양떼를 몰고 다니는 많은 유목민족들이 모여 살았던 초원지대인 우루무치는 사라지고 중국의 여느 도시와 같이 높이 솟은 현대식 건물과 복잡한 거리, 빵빵거리는 차들의 소음으로 가득찬 중국의 현대도시 하나에 우린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거리를 둘러보니 심지어 서울보다 더 많이 외국의 유명 옷 브랜드가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시장을 둘러보니 건포도 ,어린애 주먹만한 크기의 왕대추, 그리고 한번도 보지 못한 과일들을 파는 가게와 유목민들이 좋아하는 각종의 칼들이 장식된 칼집과 함께 날이 시퍼렇게 선 채 팔리고 있어 여기가 위구르족 자치주인 신강성의 성도 우루무치인 줄 깨닫게 해준다.

저녁에 서커즈(石詞子)市에서 오신 진선생을 만났다. 진선생은 서커즈市 약재공사에서 육종용을 수집하는 사람으로 우리를 육종용이 있는 사막으로 안내해 줄 사람이다.
진선생으로부터 신강성이 의외로 다양한 약재가 나는 곳이고 육종용 쇄양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구기자, 홍화, 마황, 감초등의 특산이 있다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신강성에서의 육종용의 산지는 石詞子가 50t으로 제일 많고 托里가 20∼30t 소수민족이 사는 古니圖가 10∼20 t 으로 도합 100여 t 이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요즘은 캐는 사람이 없어서 채취량이 점점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양젖을 발효시켜 만든 우유 같은 술에 취한 채 오랜만에 흔들리지 않는 침대에서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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