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bes] 2006년 11월 호에 실린기사입니다

술은 예부터 ‘백약(百藥)의 장(長)’이라 할 만큼 효능이 뛰어나 명나라의 명의 리스전(李時珍)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칭송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마시면 독이 될 수도 있다.

‘술로 병을 고친다.’

주당(酒黨)들의 귀를 솔깃하게 만들 만한 이 말은 과장된 듯해도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건강을 기키기 위해 마시는 약술은 그 양이 일정하고 제한적이어서 주당들이 섣불리 환호성을 지를 만한 일은 못 된다.

9월 27일부터 10월 1일까지 경북 영천시 완산동 약초 거리에서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영천한약축제 중 하나인 ‘한,중,일 약술전’이 바로 그것. 잊혀져 가는 전통약술을 복원하기 위한 이 행사에 한방 전문가인 필자도 적극 협조했는데, 의외로 많은 인파가 몰려 대중화의 가능성을 읽을 수 있었다.

약술을 만드는 이른 바 ‘주제(酒劑)’는 한의학의 고전 <황제내경>(黃帝內經>에도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을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 곁에서 멀어져 갔다. 이에 비해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는 시판용 약술이 많이 나와 있어 가정마다 한두 병씩 상비하고 있다. 일본을 방문하는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위장에 좋다며 즐겨 구입하는 ‘요메이슈(養命酒)’는 일본의 대표적인 약술이다.

한의학에는 약을 만드는 8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주제, 즉 약술이다.

약술은 약의 효능과 술의 긍정적인 효능이 합쳐져 상승 효과를 내지만, 지나치게 마시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약술을 취하기 위해 마시는 보통 술처럼 주거니 받거니 하다간 큰일이 생길 수도 있다.

중국에서는 원래 약주(藥酒)를 ‘약으로 쓰이는 술’이란 뜻으로 사용해 왔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약주’는 그런 뜻이 아니다. 조선시대 학자 서유거(徐有渠)가 좋은 술을 빚었는데 그의 호가 약봉(藥蜂)이고, 약현동(藥峴洞)에 살았다 해 ‘약봉이 만든 술’,‘약현에서 만든 술’이란 의미에서 ‘약주’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우리가 병을 고치기 위해 마시는 약술은 중국에서 유래돼 한국과 일본으로 전해졌으나, 근대화 이후 퇴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술은 예부터 ‘백약(百藥)의 장(長)이라 할 만큼 효능이 뛰어나 명나라의 명의 리스전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칭송했다. 적당히 마시면 기혈을 돕고 전신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병을 예방하거나 고치는 데 탁월한 약술을 하루빨리 복원해 대중화시켜야 한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 복원작업이 진행중인 약술의 종류는 30종이 넘지만, 이번 호에서는 대표적인 약술 4종을 소개한다.


약술을 마실 때의 주의사항


약술은 즐기기 위한 술이 아니라 병을 고치거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술이다. 따라서 적당량만 마셔야 한다. 어지러울 때까지 마시거나 폭음해서는 절대 안된다. 또한 노인이나 체력이 약한 사람은 용량을 줄여 복용해야 한다. 치료용 약술을 음용할 때에는 병을 낫게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치료 효과를 본 후에도 계속 장복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약술은 계절에 영향을 받지 않고 1년 내낸 사시사철 봉용할 수 있다. 다만 가을과 겨울에 비해 여름에는 음용 양을 조금 줄이는 것이 좋다. 소화기 계통에 염증이 있거나 심혈관 계통의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음용을 금해야 한다. 당뇨병 같은 내분비계 환자나 암환자도 마찬가지다.


1) 강장주(强壯酒)

자양(滋養)은 ‘물질을 공급해 길러준다’는 뜻이고 강장(强壯)은 ‘몸을 혈기왕성하게 만들어 준다’는 뜻이다. 강장주는 모든 장기의 기능을 항진시키고 혈액순환을 왕성하게 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만드는 명약이다. 이 술을 적당하게 음용하면 신체적인 효율성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성기능도 활발해진다.

원료  구기자, 국화, 숙지황, 육종용(肉從蓉).육계(肉桂),초진곡(抄臻穀) 각 45g, 소주 2,000ml

효능  간과 신장을 보해 양기를 북돋우고 음을 보충한다. 나이는 많지 않은데 기운이 없고 피로를 잘 느끼는 사람에게 좋다. 노인이 음용하면 장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제조법  우선 모든 재료를 잘라 분말로 만들어 술통 안에 넣고 소주를 넣은 후 밀보애 우러나게 한다. 봄 여르메는 5일간 담그고, 가을,겨울에는 7일간 담근 후 개봉해 찌꺼기를 제거한 후 음용한다.

음용법  10~20미리리터 씩 매일 두 번 음용


2) 보비화위주(補脾和胃酒)

이 술은 소화기인 비위(脾胃)를 튼튼히 해주며 기를 보충해 준다. 소화기뿐만 아니라 신장을 보해 몸의 균형을 맞춰 주기 때문에 평소 소화가 잘 안되고, 쉽게 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선천적으로 소화기가 약해 식욕도 없거나 항상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한 사람들에겐 이 술을 권한다. 손발이 찬 사람들과 잦은 설사로 고민하는 사람들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원료  인삼, 회산약(灰山藥) 각 40g, 백출(白朮) 50g, 산수유 30g, 생강 20g, 오미자, 산사(山査) 각 30g, 소주 2,500ml

효능  비(脾)와 신장(腎腸)을 보하고, 기력을 증진시키며, 혈맥을 통하게 하고, 소화를 돕는다.

제조법  약재를 깨끗이 씻고 갈아 한꺼번에 소주를 넣고 담궈 15일 후 찌꺼기를 거른 후 마신다.

음용법  매일 새벽과 저녁식사 약 1시간 후 두차례 15~20ml씩 음용


3) 오미자주(五味子酒)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따르면 오미자는 ‘음을 강하게 하고, 남자의 정(精)을 더한다’고 돼 있다.

현대 약리 연구를 통해서도 오미자는 신경 계통을 개선시키고, 수면시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장을 강하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효능도 있으며, 더불어 노화를 느리게 하고, 생식 계통의 효능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뇌를 혹사해 잠이 잘 안오거나 건망증이 심한 경영자, 늘 몸이 피로하고 초조해 가슴이 두근거리는 현상이 있는 직장인들이 이 술을 복용한다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원료  오미자 50g, 60도짜리 소주 500ml

효능  기가 약해 쉽게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 스트레스로 인해 불면증이 심한 경우

제조법  오미자를 깨끗이 씻고 파쇄한 다음 술을 넣어 밀봉한다. 매일 한번씩 흔들어 줘야 하며 15일이 지난 후 음용하면 된다.

음용법  매일 세 번 식후에 3ml씩 음용


4) 인삼주 (人蔘酒)

몸이 허약하거나 큰 병을 앓은 사람이 인삼주를 음용하면 기(氣)와 혈(血)의 회복에 도움이 된다. 기혈이 부족하고, 신기(腎氣)가 허약하면 정신적인 피로가 쉽게 느껴지고 사지에 힘이 빠진다. 머리가 어지럽고 잠이 잘 오지 않으며 꿈을 많이 꾸는 사람이 인삼주를 마시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삼주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중적인 약술이지만, 제조법과 음용법을 제대로 따르는 것이 좋다.

원료  인삼, 숙지(熟地), 당귀, 오미자 각 50g 맥동(麥冬), 음양곽(淫羊藿) 각 100g, 소주 2,500ml

효능  원기를 배가해 기를 돕고 신(腎)을 보(補)해 심신을 편안하게 한다. 만성피로에 시달리거나 병후 몸이 허약해진 겨우, 정력 감퇴가 있는 경우 효과가 있다.

제조법  음양곽을 분말로 만들어 각 재료와 함께 한꺼번에 소주 안에 넣고 한달 동안 담근 후 찌꺼기를 제거해 항아리 속에 저장한다.

음용법  10~20ml매일 한 두 번 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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