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나무껍질, 여름의 꽃, 가을의 열매, 겨울의 뿌리, 사계의 수확이 거의 마무리된 12월 하순입니다만, 아직까지 수확을 기다리며 잠만 자던 황금의 출하소식에 새벽잔서리가 깔린 길을 따라 전남 고흥으로 떠났습니다.
부지런한 농가 일손을 생각하면, 이만큼이나 이른 새벽에 출발하여도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까 걱정됩니다. 아침도 거르고 겨우 겨우 도착했지만, 농민분들은 얼마나 이른시간부터 일을 시작하셨는지 벌써 한참이나 황금을 캐시곤 밭가운데 모이셔서 참을 드시고 계셨습니다.
시골인심이라 같이 먹자며 참을 권하시는 어른들께 애써 군침을 삼키면서도 사양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다도해의 풍경이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황금을 캐시러 일부러 오신 일만 아니라면 맨바닥이지만 자리를 펴고 나눠드시는 시골풍경이 어쩌면 풍류객의 한가한 나들이 같아 보이는 것은 겨울답지 않은 따사한 볕과, 막힘없이 펼쳐진 남도의 바다때문인 듯 합니다.
황금은 자금과 고금으로 구분하여 사용하는데, 국내에서는 강원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1년생 자금을 생산합니다.
5월 중순 서숙보다 잔 씨를 흩뿌려 갈쿠리로 살살 흙을 덮는데, 덮은 흙이 조금만 두꺼워도 싹을 틔우지 못하기에 한번에 잘 덮어야지 두 번 손데면 농사를 망친다고 고생하신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나마, 힘들게 뿌려놓아도 비가 자주오면 빗물이 흙을 다져놓는 통에 싹이 솟지를 못한다고 하시며, 올해 비 걱정에 조금 촘촘히 뿌렸더는 가는 뿌리가 많다 허허 웃으십니다. 그래도 우리 밭 흙이 부드러워 뿌리가 곧다고 자식자랑 하듯이 한뿌리 들어 보여주시는데, 잔뿌리 없이 쭉 뻗은 모양이 참 예쁘게도 생겼습니다.
황금에는 바이칼린 (C2IHI8011)이 함유되어 있습니다. 이 바이칼린은 냉수와 접촉하면 효소활성으로 인해 가수분해되어 바이칼레인으로 변하면서 녹색을 띕니다.
황금의 표면에 곰팡이처럼 푸릇푸릇한것이 바로 바이칼린이 바이칼레인으로 변하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효소가 활성화 되는 것을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지만, 변색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온수로 빨리 세척하거나, 연화(증숙)과정을 거쳐 효소활성을 최대한 억제하거나, 세척 후 표면에 묻은 물기를 최대한 빨리 말려야 합니다.
저희는 생체 세척 후 냉풍건조기로 표면을 말리는 방법을 선택하였습니다. 약재의 절단은 스테인레스 절단기를 이용하여 철과의 접촉을 피했고, 냉풍건조기와 저온건조기를 이용하여 음건하듯이 건조하였습니다.
올해 문제가 되고 있는 토매지황금(국산처럼 위장된 중국산황금)을 의식하여, 처음에 절단한 소량을 빼고는 모두 편절을 하기로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