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료는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에 재학중이신 김건우님께서 지난 겨울방학 10여일간 옴니허브에서 연령고본단을 직접 만들어 보시고 정리해서 보내주신 원고를 그대로 실은것입니다.

연령고본단(延齡固本丹) 돌아보기

1. 延齡固本丹의 劑型

豫科때 가졌던 의문들중에 한가지는 劑型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어떤 약은 湯劑로 만들고 어떤 약은 散劑로, 또 어떤 약은 丸劑로 만드는데 그 차이가 궁금했습니다. 東醫寶鑑 湯液篇에서는 東垣선생의 말씀을 들어 劑型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대체로 湯이라는 것은 씻어낸다는 뜻인데 오랜 병을 치료하는 데 쓴다. 散이란 헤쳐버린다는 뜻인데, 급한 병을 치료하는 데 쓴다. 丸이라는 것은 완만하다는 뜻인데, 빨리 치료되지 않고 천천히 치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도 丸藥은 오래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장기복용을 목적으로 劑型을 만든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급히 치료해야 하는 경우보다는 꾸준히 복용함으로써 인체내 臟腑의 완만한 개선을 의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 만든 연령고본단은 무게가 一劑 단위에 3근, 즉 1800g이었습니다. 탕약의 경우 一貼당 15錢만 잡아도 하루에 2첩(120g), 15일이면 3근이 됩니다. 즉, 보름이면 다 복용할 분량인데, 丸으로 복용할 경우는 2달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현재 一劑를 꾸준히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환약은 탕약과 복약용량과 그로 인한 기간의 차이를 보입니다.
六味 같은 경우는 丸뿐만이 아니라 湯劑로 만들어 복약하기도 합니다. 선배분들중에는 별반 약효의 차이가 없는 듯 하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하지만, 湯劑는 약재의 수용성 성분만을 섭취하는 것에 반해서 丸劑나 丹劑는 약재 자체를 모두 복용하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점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연령고본단은 方藥合編방식대로 好酒打 麵糊丸으로 만들었습니다. 東醫寶鑑 湯液篇에서는 “밀가루풀에 반죽하는 것은 알약이 더디게 풀리게 하여 바로 下焦로 가게 하자는 것이고, 술을 넣어 반죽하는 것은 잘 퍼져나가게 하자는 것이다.” 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2. 법제의 의도

연령고본단을 만들면서 줄곧 가졌던 의문은 ‘왜 어느 약재는 법제를 하고, 또 다른 약재는 생품을 쓸까?’하는 것이었습니다. 법제의 의도는 세가지 정도로 나누어진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그 생약을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거나 제거하기 위함일 것입니다. 연령고본단에서는 遠志가 대표적인 경우라고 봅니다. 人參의 노두를 제거하는 것, 巴戟의 去心도 여기에 해당하겠죠.

두번째 목적은 그 약재의 효능을 높이기 위해서일 것입니다. 山茱萸, 生地黃, 杜?등이 이러한 의도로 법제가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약재 사용의 용이성이라고 봅니다. 兎絲子가 여기에 해당되겠죠.
위의 세가지 목적중에 첫번째와 세번째 목적은 두번째보다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遠志의 경우 생품을 쓴다면 약을 복용할 경우 불편함이 발생할 것이고, 兎絲子의 경우는 酒製를 하지 않는다면 약재를 분쇄하여 사용하기 힘들었을테니까요.

법제방식에 의문이 많은 초보자의 입장에서 고민이 되는 것은 두 번째 방법이었습니다.
소금과 술, 생강과 감초즙… 수많은 방식들중에서 어느 약재는 왜 하필 그 방식으로 법제를 하였을까?
물론, 오랜 시간동안 여러 방식으로 법제를 하던 중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채택되었을거라고 봅니다. 그렇다고해서 杜?의 경우는 꼭 薑酒炒나 薑汁炒를 해야만 하는가? 補肝腎을 고려해서 鹽杜?을 만들면 어떨까? 鹽杜?을 쓴다면 薑酒炒했을때보다 연령고본단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게 변하는 것일까?
杜?이외에 다른 약재도 이러한 고민속에서 자유로울수 없었습니다. 山藥의 경우에도 鹽山藥을 만들면 腎經으로 작용이 증강되어 補腎澁精하는 효능의 우수해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山藥도 고본단에 넣을 때 법제를 할수 있지 않았을까? 五味子도 酸五味子를 만들면 수렴작용이 강해져 澁精補腎하는 효능이 강해진다는데…
이런 고민들을 하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先人들이 方을 구성하는 약재중 어느 것은 법제를 하고, 어느 것은 생용으로 사용했던 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연령고본단의 경우 그 효능과 약재의 구성, 법제 방식으로 보아 下焦에 작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모든 약재를 하초에 작용하도록 법제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인가?
方劑의 구성에서 약재의 용량을 높인다고 무조건 효과가 늘어나는게 아니듯이, 여러 약재들의 혼합속에서 모든 약재를 법제한다고 해서 그 방향성의 힘(벡타)이 높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법제의 의도(위의 두 번째 목적)는 – 처방내에서 하나의 약재가 가지는 君臣佐使적 역할이 있듯이- 처방내에서 그 약재가 적합한 방향성을 가지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두충의 경우에도 鹽杜?보다는 薑酒炒를 택한 것이고, 오미자나 산약의 경우는 생품을 사용한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무조건 古典의 방법론만이 최고의 방식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한의사 선생님들과 선배님들, 그리고 교수님들께 약의 용량에 대해 여쭈어 본적이 있습니다. 동의보감이나 방약합편의 경우 용량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좋을지, 1.5~2배로 용량을 늘리는 것이 나을지…. 의견은 분분했습니다. 사람과 약재 모두 과거와 달라서 용량을 늘려야 한다는 사람부터 고전의 방식이 시간속에서 검증받은 것이니만큼 고전대로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의 흐름속에서 검증받은 名方들은 그 용량과 법제의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훌륭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하는게 제 생각입니다. 하나의 기준이 절대시된다면 그 자체로 완벽한 것이어서, 그로부터의 고민과 발전은 있을 수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연령고본단 약재들의 법제도 조금씩 바뀔 수 있다고 봅니다. 이미 古典에 그렇게 나와 있습니다. 만병회춘과 동의보감, 방약합편의 법제방식은 제가 2번째 글에서 언급했듯이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각 저자의 시각에 따라 차이가 나타난 것이겠지요.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한가지 방식만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므로 다양한 방식의 법제는 고민되고 연구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요한 것은 그 법제된 약재가 처방안에서 자기만의 몫을 해낼 수 있도록 법제되어야겠지요.

한약이 환자에게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좋은 약재의 선택과 적절한 법제가 선결조건이 아닌가합니다. 제 주변의 학생들과 얘기를 나누다보면, 귀찮아서 법제방식대로 하지 않고 약을 짓는 경우가 많다고 얘기들합니다.
예전에 연세가 이미 90이 넘으신 한의사 할아버님 을 뵌적이 있습니다. 연로하신데도 불구하고 처방을 지으실 때는 약재마다 옛방식대로 일일이 법제를 하셨다더군요. 어쩌면 옛분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禮를 지키는 것이 당연했듯이 약재 하나하나에 대한 법제도 당연히 것이었는데, 저를 비롯한 오늘날 배우는 학생들은 그런것들에 대해 고민이 많이 부족했었던게 아닌가 반성하게 됩니다.

3. 건조하기

법제하는 약재가 많은 만큼 수분이 약재에 남아있기 싶습니다. 그리고 법제하지 않는 약재라도 天門冬처럼 찐득한 약재도 있으므로, 丸을 만들기에 앞서 포장을 뜯어 약재 모두 제대로 건조시키야 할 것입니다.

4. 마치며…

짧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법제에 관해서 이책 저책 찾아보기도 처음이었고, 훗날 한의사가 된다면 꼭 제대로 법제를 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머리로만 하는 공부가 아니라, 직접 몸으로 해보는 공부의 의미도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10여일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려해주신 옴니허브 식구들과 연령고본단을 직접 만들수 있는 계기를 열어주신 허담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 긴 연재를 마쳐주신 동국대 한의대 김건우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기고한 내용은 김건우님이 약재를 만들어 보시고 직접 작성하신것으로, 옴니의 약재포제법이나, 견해와는 다를수가 있습니다.

체험의 장은 언제든지 열려있는 공간입니다.
약초기행, 포제작업, 옴니약재를 사용하신 경험, 그 외 일상사의 자잘한 이야기들까지 어떠한 내용이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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