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공중보건의 정보견님께서 옴니허브 사천성 약재산지 및 가공현장을 방문하고 옴니허브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옴니허브 사천성 약재산지를 다녀와서…

학생시절 동아리 지도교수님이셨던 정종길 교수님으로부터 방학중에 학생들과 함께 옴니허브가 주관하는 중국 약재탐방에 함께 가보자는 제안을 받고 바로 7월의 여행준비에 들어갔다. 나의 여름휴가를 이 여행에 맞추고자 한 것이다.

다만 본인은 병역법의 강력한 제한(?)을 받고 있는 관계로 (참고로 공중보건한의사로 재직중에 있음) 여러 단계의 허가를 받아야만 해외로 나갈 수 있다.
보건소,도청,병무청등의 여러 단계를 거쳐 겨우 국외여행허가서를 받고 도청 민원실에 가서 단수여권을 발급받은 후  “휴~ 이제 출발할 수 있다”는 출발의 단꿈을 꾸고 있는데 교수님으로부터 청천벅력같은 전화 한통이 왔다. “학생들의 시험일정 때문에 여행이 연기될 것 같아 ”

참고로 군복무중 해외여행허가의 경우 딱 허가된 날짜에 허가된 지역만 다녀올 수 있다 그래서 일정이 변경되면 다시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정확히 다시 반복하는 사이 난 정말 많은 갈등을 느꼈다 ‘이거 이렇게까지 해서 가야하나 그냥 시원한 곳으로 휴가나 다녀오는게 낫지 않을까’ 하지만 사나이 한번 칼을 뽑았으니 중국의 감초라도 베고 와야겠다는 의지로 위에 절차를 다시 밟으며 굳은 의지를 다졌다

몇 번의 우여곡절을 더 거친 후 한 달정도 여행이 연기된 후 드디어 중국으로 출발해 사천의 수도 成都에 도착했다. 참고로 사천은 양쯔강, 민장강, 퉈강, 자링강의 4대강이 성내를 흐르기 때문에 四川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사시사철 따뜻한 남방지역에 속한다.

며칠간 교수님들과 학생후배들과 함께 자체 본초여행일정을 소화한 후 드디어 13일 옴니허브팀과 합류해 약재탐방에 들어갔다. 처음 접한 옴니허브 직원들에 대한 느낌은 참 재미있는 사람같다는 것이다. 뭐가 그리 신난지 항상 스마일이다. 일하러 간다는 느낌보다는 즐거운 여행같은 느낌이랄까 덕분에 우리까지 즐거운 일정이 되었다.

사천의 수도 성도에서 약 2시간정도 차로 이동해 면양시 안현에 위치한 부자가공공장에 도착했다 마치 우리의 60-70년대 시골 풍경같은 작은 마을이었는데 우리가 도착하니 모두 낯선 이방인이 신기했던지 주민들이 모두 구경(?)을 나와서 환영해주었다.

원래 부자채취시기는 7월이지만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일정량을 보관했다가 제조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순박한 얼굴에 보여지는 해맑은 여유가 현지공장에서 느껴지는 차분한 분위기였다.

부자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오두의 옆에 자라는 덩이뿌리로 부자의 대량생산을 위해 여러 번 자근을 나눠 심기하여 채취한다고 한다 조금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1500m이상에서 씨를 뿌려 발아시킨 후 자근을 11월쯤 밭에 옮겨심는다. 그리고 다시 자근을 만들어 그 다음해 10월에 다른 밭에 옮겨 심은 후 그 다음해 6-7월에 채취한다.

이렇게 채취한 부자를 흑순편, 백순편으로 가공하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부자 흑순편>
1. 채취한 후 간수에 15일정도 담근다(부자 100: 간수 45 비율)
2. 20분정도 끓인다.
3. 하루정도 물에 담근다.
4. 썰어서 편으로 만든다.
5. 3일간 물에 담근다 (하루에 한번씩 물을 갈아줌)
6. 흑설탕과 채유를 넣어 짙은 다갈색이 되도록 한다(부자 100: 흑설탕 20: 채유 5 비율)
7. 5시간 정도 찐다.
8. 7-8시간정도 홍건한다.

<부자 백순편>
껍질을 벗기는것과 흑설탕과 채유를 넣지 않는 것만 제외하고는 흑순편과 제법이 같다.
다만 처방시 약용량이 조금 다르다고 한다.

조금 특이했던건 흑순편의 경우 흑설탕과 채유(식물기름)를 넣는데 일정정도 상품성을 위해 하는 것도 있지만 신민교 교수님의 말씀으로는 부자가 독성이 강하므로 어느 정도 한번 더 완화 시켜주는 의미도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우리가 부자처방시 용안육이나 지황을 같이 처방해서 완화시키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홍건을 마친 부자를 조금 씹어 먹어보았는데 이전에 먹어본 부자에 비해 매우 부드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400년간 내려오는 전통제조방법이라고 하던데 부자의 강한 성미를 최대한 인체에 부드럽게 투여하고자 하는 옛 현인들의 지혜가 느껴졌다.

부자공장을 견학후 다시 성도의 숙소로 돌아왔다. 나름대로 빡빡한 일정에 피곤했던지 돌아오는 차안에서 잠시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들리는 옴니허브 직원들의 열띤 목소리..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온통 약초와 약재에 대한 이야기뿐이었다. 잠시 단잠을 잔 후 일어나니 여전히 흥분된 목소리로 약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잠시 혼자 웃었다. 그들의 열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열정이란 참 매력적이다. 그리고 행복한 전염병이다. 보고있는 나에게조차 즐겁다는 느낌이 들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특히 중국 총책임을 맡고있는 도재겸이사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그 열정과 에너지가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10년전부터 좋은 약재를 제대로 만들어보자는 일념으로 無에서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이 어찌 쉬웠겠는가? 천성적인 낙천성과 과감한 추진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열정이 부러웠다. 나 역시 나름대로 내 자신의 열정에 충실하고 있지만 때로는 현실에 안주해왔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숙소에 짐을 푼 후 사천의 유명한 사천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말로만 듣던 샤브샤브. 엄청나게 맵다고 하던데 그래도 왔으니까 한번은 먹고가야지 하는 마음에 샤브샤브로 유명하다는 식당으로 향했다. 너무 맵기에 원조 사천식과 덜 맵게 한 양념을 절반씩 시켰다. 원조식은 예상했지만 역시나 맵고 성이 강해 많이 먹지는 못했다. 조금 덜 매운 양념이 겨우 입에 들어갔다고나 할까 유독 사천의 음식은 맵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그나마 중국음식중 우리입맛에 조금 맞다고도 한다.

아마도 사천의 기후와 연관성이 깊을 것 같다. 사천은 고온다습하다. 해가 거의 비추지 않고 일년내내 비가 잦다. 그래서 축축한 느낌이 드는 곳이 바로 사천이다. 습한기운을 매운 辛味로 발산해주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지혜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濕熱을 치료하는 약재가 사천에 많을 수밖에 없는 것도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아닐까 싶다.

두 번째 날은 후박의 재배단지로 향했다. 태풍의 영향권이라 그런지 아침부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맞으며 산중턱에 위치한 후박단지에 올라가 후박채취와 가공과정을 지켜보았다 그 동네주민 대다수가 후박채취와 가공일을 하는 것 같았는데 일하는 모습을 보면 중국인 특유의 느긋함과 정확한 수작업이 결합된 묘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후박의 가공과정>을 잠시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15-20년생 후박껍질을 벗긴다.
2. 후박껍질의 코르크층을 벗겨낸후 햇볕에 말린다.
3. 50%정도 말린후 발한과정으로 옮긴다.
4. 3-4일 정도 발한과정을 거치는데 후박밑에 풀을 두고 약간 발효시키는 과정을 거치면 표면에 약간 땀을 흘리는듯한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 것을 발한과정이라 한다.
5. 처마밑에서 음건시킨다.

인상적인 것은 반드시 15-20년생의 좋은 그루만을 택한다는 것과 대부분 후박껍질의 코르크층을 벗기지 않고 그냥 가져가는데 비해 옴니허브의 후박은 반드시 코르크층을 제거한 후박만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코르크층을 제거할수록 상당부분 약재의 감량을 감수해야하는데도 정확한 약의 효능을 우선하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져 더욱 신뢰감이 느껴졌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지금 현재 한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부분의 후박이 일본 목련나무껍질로 검정색에 가까우며 씹으면 풀냄새가 나고 후박 특유의 苦辛한 맛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현지에서 본 후박은 검정보다는 갈색에 가까웠으며 씹었을때 처음에는 약간 쓴맛이 느껴지나 계속 씹고 있으면 쓴맛보다는 약간 매운 辛味가 느껴졌다. 바로 교과서에서 말하는 苦辛한 맛이 이거구나 싶었다.
정확한 발한과정을 제대로 지키기에 이렇게 제대로 된 후박의 香과 味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부자와 후박만 보고 왔으나 이 이외에도 얼마나 많은 약재들이 잘못 알고 유통되고 있을까 싶으니 한편으로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아무리 유능한 한의사가 환자의 체질과 상태에 따라 좋은 처방을 내도 약재가 전혀 맞지 않는 엉터리라면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싶어서 말이다.

나 역시 그동안 처방에 대한 관심과 공부위주였는데 이번을 계기로 한약재의 정확한 감별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이런 기회를 제공해준 옴니허브에게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 많은 후배들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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