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원광대학교 한의대 본과4년 박영민님께서 지난 여름방학 중
옴니허브 사천성 약재산지 및 가공현장을 방문하고 옴니허브에 기고하신 글입니다.”
옴니허브 사천성 약재산지를 다녀와서…
본과 2학년 때 일이다. ‘대구 약령시 약재 축제’에 참여하다 우연히 ‘옴니허브 한약재 전시관’에 들르게 되었다. 그 때 당시 저급 한약재 때문에 고민했었던 나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양 크게 기뻐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인들께 한약을 지어드릴 때 양질의 제품이 많은 옴니허브의 약재를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그 당시 선후배들 사이에서도 양질의 약재에 대한 관심이 크게 확대되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좋은 약재를 구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속에 학생 생활을 해오다 본과 4학년이 되어 여름방학을 이용해 옴니허브 약재를 그 산지를 직접 방문하여 탐방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약재 탐방을 하기 전 중국의 한약관리 시스템이 우리나라와 많은 차이가 있고 그 핵심에 GAP기지를 중심으로 한 “도지약재 생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고 탐방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보다 대략 5배 넓은 사천성, 그 지역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에 도착했을 때 우리가 실제로 많이 사용은 하지만 유통과정을 대부분 모르는 한약재의 생산, 관리 과정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사천성에는 단삼과 대황, 천오, 패모, 황련, 후박 등 수 많은 도지약재가 생산된다고 한다. 그 중 많은 약재들이 정부와 민간 산하의 여러 GAP기지에서 생산되는데 우리 탐방팀은 그 가운데 옴니허브에서 관리하는 부자, 후박, 황련 약재 산지를 방문하게 되었다.
27일
따사로운 햇살아래 3시간 정도 차를 타고 안현에 있는 부자 산지를 방문했다. 안타깝게도 부자의 경우 7월초가 채취시기여서 생산에서 포제에 이르는 전 과정을 견학할 수 없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각 공정별로 나눠진 부자를 살펴볼 수 있었고 실제 부자가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부자를 편으로 썰고 있는 현지 관리자들과 그들이 작업해 놓은 담파액에 담겨진 부자, 황당과 채유에 담긴부자, 양건되고 있는 부자, 그리고 모든 공정을 마치고 사용되기만을 기다리는 부자까지 각각의 공정과정에 있는 부자를 살펴보며 나름대로 채취당시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28일
도강언 청성산 지대의 황련과 후박 산지를 방문했다. 청두(成都)에서 북쪽으로 3시간 정도를 차편으로 이동하여 1시간 정도의 산행을 통해 탐방지역을 견학하게 되었다.
황련의 경우5~6년 된 뿌리를 약용하는데 우리는 1~3년 정도 자란 황련산지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잡질을 제거하고 관리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황련의 경우 인삼처럼 햇볕을 차단하는 관리가 필요한데 높은 산의 심한 경사에 설치된 차단시설은 그것만으로도 관리자들의 노고를 어느 정도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실제로 약용으로 사용되는 다년근 황련의 경우 워낙 산세가 험한 고산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직접 살펴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보다 오랜 기간 정성을 들이며 약재를 관리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을 보며 좋은 약재가 생산되리라는 기대를 한껏 부풀릴 수 있었다.
차편과 도보를 통해 10분정도 장소를 이동하여 후박 산지를 탐방했다. 후박의 경우 20년 이상 된 후박의 코르크층을 벗겨내서 2~3일 음건한 제품을 사용하게 된다. 탐방팀은 현지 총책임자이신 도재겸 사장님의 배려로 실제로 후박나무의 주간피를 벗겨보고 직접 약재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었고 또한 코르크층을 제거하는 작업도 직접 해볼 수 있었다. 작업장 곳곳에서 잎과 수피를 층층히 쌓아 음건하고 있는 약재들도 관찰할 수 있었다.
이틀 동안 실제 한약재가 관리되는 과정과 판매 전까지의 공정을 견학하면서, 하나의 약재가 나오기까지 관리인들이 했을 많은 고민과 현지인들의 노력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고 그러한 것들은 청년 한의학도인 나에게 한의학 발전에 대한 많은 도전 의식을 가지게 해주었고 한의학의 가능성을 더욱 확신할 수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다른 약재들의 공정 또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뒤로 한 채 그렇게 옴니허브에서 마련해 준 약재 탐방일정을 마치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한 후배가 탐방에 대한 물음과 더불어 8월말에 TV에서 방송된 ‘한약 관리의 문제점’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니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실상을 보니 너무 끔직 했다고 말했던 게 생각난다. 한의학에서 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 일까? 침이나 뜸이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한의원 하면 일반인들은 의례 한약을 떠올리니 한의학에서 한약이 차지하는 비중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담당하고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한약의 관리 시스템은 한약의 수요에 비해 훨씬 수준 이하인 것이 현실이다.
더불어 내가 한의과 대학에 입학하였을 때 한의사인 친척형께서
“현재 한의학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주먹구구식인 것과 체계화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많다. 너희 세대에서 해야 할 일들이 정말로 많을 거다”
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어느새 환경에 익숙해서 체계적이지 못한 현실에 순응하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옴니허브 약재를 접하였을 때 단순히 일반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약재들에 비해 현격한 질적 우위에 있음에 감탄했다. 그리고 바른 한약재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집단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을 보고 정말 지금이 한의학의 전환점을 만들 수 있는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성공사례를 보고도 얼마 전까지의 나는 내가 변화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단지 그것들을 사용만하려는 주체적이지 못한 태도만을 취해왔었다.
이번 탐방을 통해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그러한 성공과 변화는 10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동안 터를 닦고 변화를 꾀하려 했던 이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의 성과물이라는 걸 몸으로 느낀 것이다. 항상 훌륭한 결과물을 보고 칭찬하며 대단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 성과가 있기까지의 과정은 소흘히 여기고 경험하려 하지 않는 나에게 이번 탐방은 도전의식과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중국인들과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부터 약재들이 충분히 자라서 약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다릴 수 있는 인내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혹은 간단하게 느껴지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그런 작은 노력들 하나 하나가 너무나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약이 농산물이나 건강식품이 아니고 의약품이 되기 위해서는, 또한 한의학이 보약치급업이 아닌 치료의학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한의학의 부족한 부분들을 조금씩 보완해 나가려는 작은 노력들이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된다.
1800년대 중반 사람으로 신분의 벽을 뛰어 넘어 거상으로 벼슬길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임상옥이라는 인물이 있다. 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그가 소위 말하는 ‘때를 잘 만난 영웅’이 아닌, 원칙의 준수와 성실을 철저히 고집한 인내의 화신이었다는 점이다. 우리 한의학 또한 그러한 원칙의 준수와 성실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발전했으면 한다. 그리고 내 스스로가 방관자가 아닌 그 중심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한의사가 되기를 소망한다.
끝으로 바른 한약재에 대한 체험과 더불어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시고 우리 학생들로 하여금 한의학에 대한 바른 관점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신 허담 원장님, 도재겸 사장님, 박현철 형과 그 밖의 옴니허브 관계자 분들게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