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bes]에 실린 기사입니다.

왕이 즐긴 오골계 삼계탕

◀ 오골계는 옛날 왕이나 귀족들만 먹었을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 간장과 신장의 기운을 복돋우는 힘이 있어 여름철 보양식으로는 으뜸이다.

하루하루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직장인이나 CEO들은 여름이 겁난다. 온몸이 나른해지고 힘이 빠지는 계절이라 전투의욕(?)이 달아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최고의 보양식인 오골계 삼계탕을 권하고 싶다.징검다리를 건너뛰듯 봄을 살짝 밟고 여름이 온 것 같다. 내리쬐는 햇볕에 정수리가 더워지고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 온몸이 나른해진다. 회장님이 ‘샌드위치론’을 이야기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라고 주문하지만 샐러리맨들의 몸은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다.

한 가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으로선 제 몸 지키는 것도 일이다. 몸을 돌봐야 돈도 벌 수 있는 만큼 몸이 곧 돈인 셈이다. 여름이면 회사 근처 삼계탕집이나 보신탕집에 직장인들이 몰리는 것도 알고 보면 생존본능 때문이다.

뜨거운 국물을 마시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아이고 시원하다”며 만족해 하는 우리 직장인들의 모습을 서양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아시아권의 독특한 약선 요리가 몸의 원기를 북돋우는 데 얼마나 효험이 있는지 안다면 그들도 그냥 지나치지는 못할 것이다.

약선 요리 중 으뜸으로는 오골계 삼계탕을 들 수 있다.

맛이나 효능 면에서 가히 ‘삼계탕의 왕’이라 불릴 만하다. 보익(補益)의 효능이 삼계탕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다. 오골계는 살과 혈액, 뼈까지 검푸른 색을 띠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도계를 해놓은 뒤의 속살까지 검어서 약간 혐오스럽긴 해도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단맛이 많아 국물 맛 또한 일품이다.

보통 닭의 발가락이 4개인 데 비해 오골계는 6개나 되며, 발가락에 깃털이 나 있는 게 특징이다.

암컷은 평균 1kg, 수컷은 1.5kg 정도다. 식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재래종 토종닭만큼 키우기까지의 사육 기간이 일반 닭에 비해 훨씬 길고, 사육과 번식이 어려워 구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다.

옛날에는 오골계가 워낙 귀해 중국과 우리나라에서는 왕족과 귀족들만 먹을 수 있게 제한했다고 한다. 특히 연산군 때는 오골계가 너무 귀해 일반 백성은 말할 것도 없고 정승까지도 잡아먹지 못하게 했다. 이를 어긴 관료는 벼슬을 빼앗기고 귀양까지 갔다는 웃지못할 얘기도 있다.

수행 중인 스님들도 한번 냄새를 맡으면 못 참고 담을 넘는다는 중국요리 불도장(佛跳牆)에도 오골계가 들어간다.오골계를 황기 · 구기자 등 한약재와 결합해 처방하면 신경통, 중풍 후유증, 부인병, 당뇨병, 남성의 양기 부족 등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 오골계가 여러 질병에 효험이 있는 것은 간장과 신장의 기운을 북돋우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한방에서는 신경과 힘줄을 간장의 소관으로 본다.

간장은 우리 몸의 독소를 해독하는 작용을 하므로 이 기능이 원활하지 못하면 독소가 신경과 힘줄을 침범해 통증이나 마비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간장의 힘을 덜어주는 신장의 기능이 약해도 마찬가지다.

우리 몸이나 뼈마디가 욱신거리고 붓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간장과 신장의 기능이 약해 체내 독소를 제대로 해독하지 못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오골계를 먹으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중국에서도 오골계로 만든 오계백봉환(烏鷄白鳳丸)이 여성의 생리와 출산에 대한 여러 허약 증상에 쓸 수 있는 대표적인 상비약으로 널리 보급돼 있다.

중국 명나라 때의 의학 서적인 <본초강목>에서는 오골계가 허약 체질을 보하고 기가 허해 나타나는 가슴앓이나 복통을 치료하며, 임산부에게는 냉대하 및 일체의 허약 체질을 보하고, 어른과 아이의 설사를 낫게 한다고 했다.

뼈가 검은 것은 간장과 신장, 혈관 등의 병에 좋다.

중풍이나 상한(傷寒), 몸이 붓고 아프며 저릴 때, 힘이 빠지고 몸이 뻣뻣할 때 효험이 있으며, 태중에 먹으면 안태(安胎)한다고 했다. 끓여서 국으로 먹으면 심장을 편하게 해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기(邪氣)를 없애준다. 탁한 피나 심장의 묵은 어혈을 풀어주며, 종기 고름을 없애고 새 피를 생산하고 보하게 한다. 많이 먹으면 피부가 고와지며, 흑임자를 볶아 국에 타 먹으면 주독을 없애준다고 돼 있다.

허약 체질이나 정력 강장의 효과 외에도 <동의보감>(東醫寶鑑)의 ‘탕액편(湯液編)’에 보면 사람이 놀랐을 때나 공포, 정신적 충격 등에 빠졌을 때 진정시키는 작용을 하며, 산부의 보익이나 대하증, 자궁출혈증 등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설사나 이질 후 보양제가 되며 특히 풍이나 떨리고 마비가 오는 증상, 신경통 · 타박상 · 골절상 · 골통에도 유효하다. 늑막 등의 농을 제거하고 피를 새로 만들고 보호하며 신기를 활성화하는 데 특이한 효능이 있다고 했다.

오골계를 이용한 약선삼계탕 만들기

1 준비 재료

오골계 한 마리, 불린 찹쌀(3분의 1컵 정도를 3시간 불림), 마늘 서너 쪽, 생강 반쪽, 청주 한 큰술, 대파, 소금 적당량

2 한방 재료의 선택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먹을 경우_오골계 한 마리에 황기 30g, 오가피 10g, 대추 10g, 구기자 4g을 넣어 푹 끓인다.
·남성들의 스태미나 보강을 위한 경우_오골계 한 마리에 연자육 20g, 황기 10g, 구기자 10g, 대추 10g, 하수오 5g을 넣어 푹 끓인다.
·여성의 생리 및 출산의 제허증_오골계 한 마리에 황기 20g, 당귀 5g, 작약 5g, 백출 5g, 대추 10g, 향부자 3g을 넣어 푹 끓인다.

3 만드는 방법

– 먼저 삼베 주머니에 한방 재료를 담고 물 3ℓ 정도를 부은 다음 40분 정도 끓인다.
– 손질한 닭 속에 준비된 재료(불린 찹쌀, 마늘, 생강)를 넣고, 내용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한쪽 다리를 칼집을 낸 다리에 끼워 양다리를 교차시켜 준다.
– 한방 재료가 끓는 물에 준비한 닭을 넣어 다시 한 시간 정도 더 끓인다. (이때 청주 한 큰술을 넣는다)
– 닭과 속 재료가 익을 때 대파를 적당량 썰어 넣으면 국물이 깔끔한 약선 삼계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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