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솽반나의 기후는 무덥고 찐다. 대구의 여름날씨를
연상하면 된다. 습기를 날려버릴 약재, 사인가루를 커피
한잔에 토핑해 끽음하고 싶다”
중국 운남성에 있는 시솽반나(西双版納)를 곤명을 거쳐 다녀왔다. 시솽반나는 운남성 남부지역에 있는 열대우림지역으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같이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아는 사람이 적은 미개척지이기도 하다.
광동성의 양춘지방의 도지 약재인 사인을 주경년이란 연구원이 1959년부터 위도와 환경이 비슷한 시솽반나에서 재배를 시작해 언제부터인가 ‘양춘사인’의 주산지가 됐다. 헌데 광동성 양춘지방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인 재배인구가 급속히 줄어들어 명맥이 거의 끊어진 상태다.
사인의 재배지를 답사하며 처음으로 사인의 꽃향기를 맡았다. 보통 수확철에만 산지를 다녀온 관계로 꽃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방문으로 처음 꽃을 대하는 것이다. 사인의 꽃향기를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느낌은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과의 정사를 앞둔 듯…, 신비하고 감미로운 여인의 향기와 같달까.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어쩌다 한번 꽃 피는 행운목의 꽃향기를 십분의 일로 줄여 놓은 듯한 흔치 않은 달콤하고도 유혹적인 향기, 그러면서도 연하여 불면 날아가 버릴 듯한 아쉬움이 있는 향기이기에 나의 뇌 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은 느낌…. 아! 이 향내는 내가 느끼듯 많은 사람도 같이 느끼지 않을까 싶다. 마치 남방미인을 그리는 것처럼.
사인의 꽃은 뿌리 줄기에서 핀다. 땅바닥에 딱 붙어 피는 꽃이라 수량이 적으니 당연히 열매인 사인의 수확량도 적으리라. 사인의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현장의 재배상황을 보니 앞으로도 가격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사인은 계곡을 끼고 있는 경사지 비탈면에서 자란다. 응달에서 자라기 때문에 햇볕을 막아줄 나무그늘이 반드시 필요하고, 배수는 잘 돼야 한다. 사인이 자생하는 현장에는 인체의 水氣가 변환돼 가는 모습이 모두 있다. 霧, 溝, 瀆, 계곡의 습기가 물안개처럼 피어있고, 작은 물길이 모아져 도랑을 만들고, 계곡이 형성돼 가는 중심에 사인은 피어있다. 같이 간 중의사가 脾臟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사인의 작용을 말한다. 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약재로서 절묘한 방향을 가지고 있는 약재, 한의사라면 굳이 긴 말을 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가 될 것 같다.
시솽반나의 기후는 무덥고 찐다. 우기 내내 우리나라 특히 대구의 여름날씨가 지속된다고 보면 된다. 습기를 날려버릴 커피 한잔에 사인가루를 토핑해 끽음을 즐기고 싶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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