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담의 한방차 이야기(32)

여름철 저항력 높여주는 황기당귀차

해마다 여름을 나지만 올해 여름은 정말 덥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유난히 여름이 길게 느껴진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땀으로 온 몸이 끈적거린다. 연신 냉장고의 찬물을 들이켜 보지만 그에 비례해 몸은 더 무거워지고 기운은 가라앉는다. 냉방장치가 잘된 실내도 오래 있으면 몸은 더욱 찌뿌등해진다.

강원도의 황기.

찬 기운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밀폐된 공간에서,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여러 사람이 동시에 머물며 하루 종일 지내는 것은 생각만 해도 건강에 나쁠 수밖에 없다. 이런 무덥고 진땀 나는 여름을 견디기 위해선 어떻게든 체력 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름철이면 보양식이 각광 받는가 보다. 원기 보충을 위해 이맘 때, 잘 자란 토종닭 한 마리를 구해 황기, 대추, 마늘을 듬뿍 넣고 오랫동안 고아 몸보신을 해보고 싶은 것은 일에 지친 많은 남자들의 로망이다.

더운 여름이라 한의원의 내원환자가 줄어들고 있지만, 민간에서 보양을 위한 여름철 황기의 수요는 최고로 올라간다. 유통을 살펴보니 삼계탕에 들어가는 부재료로 황기가 전국적으로 팔려나가는 양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기업마다 단체급식에 여름철 삼계탕은 필수코스다.

황기차.

여름철 잘 나가는 황기를 침출차로 만들어 보고자 한다. 황기 같은 전분질이 없고 섬유질이 많은 한약재를 침출차로 만드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침출을 해도 금방 우러나오는 무엇이 잘 없기 때문이다.

“금방 갈색의 차향이 우러나는 황기당귀차를 보노라면, 한방차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황기를 침출차로 만들지 못하면 한의원 전용차를 만들지 못한다. 주요 약재들이 구멍이 나버리면 처방 구성이 잘 안되기 때문이다. 한의원에서 자유롭게 茶劑를 처방하기 위해선 많은 약재가 침출차로 가공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물이 침입해 황기의 성분을 용출하기 위해선 황기의 조직을 최대한 팽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응용한 것이 밀자(密炙)라는 포제법이다.

황기당귀차.

황기의 섬유질 조직 사이로 최대한 꿀을 먹인 다음 건조해 팽화시키면 황기 성분이 침출된(맛으로 느껴짐) 황기차를 만들 수 있다. 여기에 당귀차를 1:1로 합하면 황기당귀차가 만들어진다. 뜨거운 물 한잔에 금방 갈색의 차향이 우러나는 황기당귀차를 보노라면 한방차의 영역이 점차 넓어지는 것 같아 뿌듯하다.

황기당귀차는 약간의 당을 첨가해 마시는 것이 향미를 증진시킨다. 황기당귀의 감칠맛이 당분의 도움으로 훨씬 깊어지니, 기능성에 기호성을 더해 즐길 수 있는 여름철의 멋진 차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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