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아침 이슬을 맞으며 우리는 일당귀 파종작업을 관리하기 위해 강원도 정선으로 출발하였다. 예로부터 강원도 정선은 물줄기 굽이마다 전설 하나씩 품고 있으며, 조양강을 가로지르는 곡선형 철교와 여량터널, 소나무가 만들어 내는 풍관은 압권이며 정선 아리랑의 발생지로 유명하며 최근 들어 영화촬영소로도 알려져 있는 물 좋고 공기 좋기로 소문난 천연 광광 명소이다.

이런 청정자연을 가진 곳에서의 약초재배의 선택은 우수함이 아니라 탁월함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출발한지 2시간쯤 지나 우리는 황기의 고향 제천을 지나가게 되었다. 제천은 예로부터 약초의 본향이라 불리며 일교차가 큰 준 고냉지와 석회암의 사질토양에서 자란 약초의 우수성이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황기는 현재 전국 생산량의 80%가 제천에서 유통되고 있어 약초의 본향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서울, 대구, 금산에 이어 4대 약령시장으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 황기의 고장 제천을 지나 평창 방향으로 향할 때 쯤 다리 하나가 눈길을 끌어 목도 축일 겸 잠시 쉬어 가게 되었다. 설명 표지판에 의하면 “섶다리”라고 한다. 이 다리는 버팀목에다 나무와 솔가지를 얼기설기 얹은 뒤 잔디를 덮은 나무다리를 뜻한다. 유래는 200년 만에 재현하는 행사로 조선 숙종 때부터 마을 주민들이 섶다리를 하나씩 놓고 잔치를 베푼 것에서부터 시작되게 되었다고 한다. 산과 강 전통적 다리가 조화되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경이었다.

이렇게 출발한지 4시간여 만에 드디어 목적지 정선에 도착하였다, 도착하자마자 산지 관리자님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여 주시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로 오늘 일당귀 파종 일정을 계획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던 중 사무실 한쪽 벽에 걸려있는 황기를 발견하고 우리는 그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6~7년 근 황기란다. 조심스럽게 황기 공급 예정일에 관련해 여쭈었더니, 현 한약재 시장의 불경기와 현장 인건비 상승, 비료의 2배 이상 상승으로  최상급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여도 높은 생산비와 높은 공급단가로 수요파악이 되지 않아 현재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하신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우리는 우선 일당귀 모종밭으로 향했다. 일당귀는 토당귀와 달리 재배방법이 까다롭고 어렵다. 보통 일당귀는 직파법으로 씨앗을 뿌려 일년생 일당귀를 채취하여 공급하지만 옴니허브는 2년근 일당귀를 재배하여 공급하고 있다. 우선 7월 경 산 아래 밭에 일당귀 씨를 뿌려 10~11개월 모종을 키운 뒤 이듬해 4월경에 어린 일당귀 모종을 비탈진 재배 밭에 옮겨심기를 하여 그해 10에서 11월경에 채취를 한다. 일당귀는 성장하게 되면 꽃대(쫑대)가 올라오게 되는데 꽃대가 올라오게 되면 땅의 기운의 받아 성장한 뿌리의 영양분과 약성을 종자번식을 위한 꽃대에 모두 소모하게 되어, 뿌리는 목질화로 약재로서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채취 시기가 중요하며, 꽃대가 올라오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모종에서 옮겨심기를 하며 꽃대가 올라오기 직전에 채취하여 1년근 일당귀가 아닌 옴니허브 만의 2년근 일당귀로 탄생하게 된다. 또한 안전성에도 더욱 노력하기 위해 GAP 재배농법을 더욱 많이 활용하시도록 협의하였다.

다음으로 우리는 산 아래 모종밭에서 채취한 모종을 가지고 옮겨심기 할 비탈진 재배산지로 이동하였다. 엄청난 경사각도와 굽고 좁은 휘어진 산길을 터럭을 개조한 차량으로 오르는데 이번에도 우리는 진땀이 났다. 이렇게 험난한 일당귀 산지는 국내 6만평 정도 되는데 우리가 생산 관리하는 일당귀 재배면적만 4만평, 전국의 60%의 규모로 전국최대규모로 생산하고 있다. 재배산지엔 이미 농민들께서 강원도의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모종 옮겨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일당귀 재배 밭을 자세히 보면 굵은 돌들을 볼 수가 있는데, 당연히 이유는 있다. 일당귀 재배는 강수량과 온도의 영향에 따라 그해 작황이 달라질 수 있으며, 여름철 비가 많이 오게 되면 뿌리를 약으로 사용하는 일당귀는 뿌리가 썩게 되어 약으로서의 가치를 잃기 때문에 굵은 돌을 재배 밭에 그대로 방치함으로 자연 배수 역활을 하며, 강원도의 지역특성상 밤낮의 온도차가 크기 때문에 재배 밭의 굵은 돌들은 낮의 따뜻한 기운을 받아 밤까지 지속시켜주는 온돌방 역할을 한다. 인위적 구성이 아닌 최대한의 자연그대로의 친환경 재배를 하고 있다.

옮겨심기 작업을 마무리한 후 우리는 산지를 내려와서 생약건조장으로 이동하였다. 약초를 건조하는 방법으로는 햇볕에 말리는 양건(陽乾)과 그늘에서 말리는 음건(陰乾) 그리고 인공적으로 가열해서 말리는 화건(火乾)법이 있다. 건조 방법은 약초의 종류나 이용부위에 따라 달리하는데 탄닌과 알칼로이드가 들어있는 일당귀와 같이 뿌리를 사용하는 약재는 약성의 변질 및 유실을 막기 위해 양건을 하는 것이 좋다. 이렇게 우리는 일당귀 생산의 최종 단계인 양건장의 관리와 정검으로 하루 일정을 마감하였다.

어느덧 강원도 정선의 해는 기울어져가고 아쉽지만 작별의 시간이 왔다. 하루 동안 짧은 시간이지만 우리와 함께 해주신 옴니허브 산지 관리자님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며 가을 일당귀 채취시기에 다시 찾아뵙기를 기약하며 마음 한구석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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