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초 답사 팀을 안내하는 농부차림의 50대 장년을 나는 찬찬히 살펴보았다. 한족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한족 티가 나지 않았다. 유창한 연변 조선말 방언을 썼고, 웃는 모습이나 예의를 차리는 모습 모두가 조선족이다.

그의 집을 보았지만 집 역시 조선족이다. 우선 지붕이 책을 엎어놓은 듯이 각이 난 한족 식이 아니고 동그스름하게 벼 이엉을 한 조선족 식이다. 집 구조를 보면 함경북도 식의 온돌이다. 정주와 방이 있고, 정주에 부엌이 딸려있고, 부엌 우에는 구들과 같은 수평선에 널 장판이 깔려있다. 그 옆방은 옛날에 우사(牛舍)나 방앗간으로 사용했을 것 같은 창고가 딸려있다.

우리는 늘 머릿속에 하나의 프로그램이 입력돼있다. 56개 민족이 살고 있는 다민족국가이기 때문에 낯선 사람을 보았을 때는 어느새 ‘우리 민족이냐 타민족이냐’ 라는 프로그램이 작동된다. 무의식은 클릭을 하거나 말거나 자기 프로그램대로 돌아간다. 의미가 없는 때가 대부분이지만 무의식이 하는 일이니 어쩔 수가 없다. 타인을 통해 자기를 인식하는 소수민족의 생존본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민족만 단일하게 사는 고국에 가서도 이 프로그램이 작동해 혼자 실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굳이 한족이냐 조선족이냐 라는 프로그램이 작동된 이유를 따진다면, 도라지는 조선족만이 즐겨 먹는 나물이기 때문일 것이다. 문화적인 의미에서 보면 도라지는 중국에서 조선족을 상징한다. 길림시에 우리 조선족의 문학지 《도라지》가 있는데, 이 잡지의 중국어이름을 길경(桔梗)이라 하지 않고 굳이 우리말의 음을 따서 《道拉吉》(또우라지)라고 쓴 것도 도라지의 깊은 문화의미를 살리기 위한 것일 것이다. 몇달전 길림 CCTV에서 《도라지와 조선족》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