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 관리원 정유국 씨의 집 대야에 마치현(馬齒현)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잎사귀는 떼고 줄기만 손가락만큼한 크기로 잘라서 데쳐낸 것이다. 처음에는 고사리줄기를 따놓은 줄로 알았다. 줄기가 통통하여 고사리를 닮았다. 정유국 씨는 마치현을 기름에 볶아서 요리해 먹는다고 했다.

≪중화인민공화국 약전(藥典)≫에 의하면 마치현은 열을 내리고 습을 없애고 부기를 내린다. 마치현은 악창(惡瘡)에도 좋은 외과 약이라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당나라 의학가 맹선(孟詵)은 마치현 찹쌀 죽으로 ‘기가 통하지 않아 생기는 설사나 창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현대의학이 증명한데 의하면 마치현은 피부염, 각막염, 결합막의 정상기능 회복, 야맹증 등에 좋고,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구강점막궤양 등에도 좋다고 한다. 또 임파결핵궤양, 급성맹장염, 산후열 등도 치료한다고 한다.

마치현을 민간에서 우리말로 ‘도덕풀(도적풀)’ 또는 ‘돼지풀’이라고 불렀으므로 나도 그렇게 불러왔다. 땅에 넝쿨을 뻗으며 기어가듯이 붙어서 자란다고 ‘도적풀’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이 붙었는지 모를 일이다. ‘돼지풀’이라는 이름은 돼지가 좋아해서 생겨난 이름일 것이다. 한국에서는 쇠비름으로 부르는 모양이다.

마치현은 잎사귀가 큰 물방울모양으로 갸름하고 통통하고 줄기가 기름지고 탄력이 넘친다. 넝쿨처럼 옆으로 뻗었으므로 위로만 솟은 다른 식물처럼 따분하지 않고 개방적이다. 마치현의 잎사귀 모양이 말 이빨처럼 생겼다고 마치현이라고 불렀을 것이지만, 그 이름은 마치현의 귀엽고 예쁜 모양에는 손색이 가는 이름이다.

마치현은 이름이 수십 가지라고 한다. 어떤 곳에서는 마치현의 모양이 귀여워서 ‘팡와와(방娃娃<방와와>)’, 즉 ‘포동포동한 아기’라고 부르고, 어떤 곳에서는 마치현이 아무리 바람이 불고 태양이 쬐여도 쉽게 시들지 않는다고 ‘장수초’, 또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심불감(心不甘)’이라고 부른다.

마치현은 색깔이 푸른빛인가 하면 자주 빛이 섞여있고, 이렇게 볼 때는 푸른빛이고 저렇게 볼 때는 자주 빛이다. 그래서 마치현은 ‘오행초’ 또는 ‘오방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잎사귀는 청빛, 줄기는 적색, 뿌리는 백색, 씨는 검은 색’이기 때문에 목화토금수 오행색을 상징한다고 한다.

또 전설에 의해 ‘태양초’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하늘에 해 열 개가 동시에 떠서 강바닥이 갈라 터지고 곡식이 말라죽게 되었다. 후예라는 용사가 나타나 해들을 하나하나 쏘아 아홉 개를 떨구었다. 열 번째 태양은 마치현의 잎사귀에 숨어 간신히 목숨을 건지게 된다. 그리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해는 마치현의 구명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아무리 무더운 여름철에도 마치현에게만은 불벼락을 쏟지 않아 마치현이 늘 싱싱하다고 한다. 그래서 마치현은 또 ‘보은초(報恩草)’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는 조선족이 적고 한족이 대부분이었다. 조선족은 단층 줄집에서 살았고, 한족들은 청나라 건물을 그대로 사용하여 검은 기와를 얹은 독집, 독 울안에서 살았다. 한족 집의 높은 대문을 열면 뜰 안에는 가득 마치현이 널려 있곤 했다.

다른 풀들은 자르거나 뽑아놓으면 금방 시드는데 마치현은 수일이 지나도 싱싱하고 기름졌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소꿉놀이를 할 때면 마치현이 늘 요리로 오르곤 했다.
한족들은 옛날부터 마치현을 야채로 취급해왔다. 여름과 가을이면 그들은 마치현의 뿌리를 자르고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데쳐낸 후, 물기를 빼서 소금, 식초, 간장, 생강즙, 마늘즙, 깨 기름에 메워서 먹는다.

또는 마치현을 밀가루에 섞어 지짐이를 구워서 먹거나, 마치현소를 넣고 기름떡을 하거나 보우즈[包子]를 빚어서 시루에 쪄 먹기도 했다. 일부는 말려서 저장했다가 음력설 음식인 죠즈[餃子]를 만들어 먹곤 했다.

음력설에 먹는 죠즈(물만두)는 한족들에게 있어 경건한 음식이다. 해마다 한번씩 마을에 와 사람을 잡아가는 연(年)이라는 귀신을 쫓고나서 사람들은 설을 쇠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그래서 설을 쇤다는 말을 중국말로 과년(過年)이라고 한다.

말발굽모양으로 만든 죠즈에는 새해에 부자가 되라는 소망이 스며있다. 죠즈를 많이 먹을수록 돈을 많이 번다고 하여 한족들은 음력 그믐날 밤 12시에 온 가족이 모여 죠즈를 먹는다. 이처럼 중요한 음식에 마치현소를 넣은 것을 보면 마치현은 민간에서 길한 식물이다.
하지만 도시의 식탁에서는 마치현을 볼 수 없다. 층집이 높아갈수록 인간은 마치현을 망라한 자연을 멀리하게 된 모양이다.

정유국 씨는 장춘(길림성 소재지)에서 열린 동북삼성 농업박람회에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마치현이 전시돼있더라고 하면서, 약초로도 좋지만 건강에도 좋은 요리감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자라는 마치현은 땅에 붙은 채 넝쿨모양으로 뻗어 수확하기 불편한데,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마치현은 부추처럼 곧게 자라서 낫으로 수확하기 좋을 것 같더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언젠가 마치현의 시대가 오지 않을까? 우리의 식탁에 한자리 굳힌 부추나 시금치, 홍당무처럼 말이다. 수입품으로까지 나타나고 있으니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가치를 과시하고 있는 듯싶다. 또 마치현이 수입품으로 나타나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마치현을 멀리했는지를 한번 생각해볼만한 일이다. 마치현과 마치현들이 가득한 생명의 자연을 말이다.

마치현에 대해 우리 연변말로 ‘도적풀’이나 ‘돼지풀’이라고 했던 이름부터 고쳐야 할 것 같다. 인간에게 너무 큰 혜택을 주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인간의 깨달음에 달린 일이다.
약초는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깊은 계시이다. “자연에 겸허하게 머리 숙이라, 마음을 열어라, 귀를 기울이라”고 마치현은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