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어르신들 께서는 그동안 각자 작업해 두신 진피를 마대자루에 담아 쌓아둔 채 마을 농가 대표님의 창고에서 이른 아침부터 우리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계신다.

창고에 들어서니 훅 하니 끼치는 온기와 함께 진피의 깊은 향이 가슴 깊숙이 내려 앉는다.

농민들은 대표님 내외분을 제외하고는 다들 연세를 한참 드신 어르신들이다.

마대를 풀어 약재를 훑어보고, 건조 상태를 살피는 동안 내내 곁을 지키시며 작업이야기를 들려 주신다. 산물의 껍질을 까는 일은 주로 할머님들의 몫인데 일반 감귤보다 크기가 작아 숟가락을 이용해서 속 알맹이를 일일이 파내는 작업을 하신다. 진피는 농약 칠 일도 없고, 별달리 관리할 것도 없어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서도 재배하기에 크게 어려움은 없으나 껍질 까는 일 때문에 여간 애를 먹으시는게 아니시란다.

껍질 까는 작업을 하면서 한가지 희안한 점은 진피에서 나오는 온기인데, 이 때문에 작업때에는 아무리 눈이 쏟아지는 추운 날씨라도 방문을 열어두셔야 한다는 것이다. 책을 통해서 알고 있는 理氣健脾하면서燥濕化痰한다는 효능이 진피의 이러한 따뜻한 기운을 직접 느끼고 그 껍질에 코를 가까이 대며 깊고 특이한 향을 맡고 있노라면 바로 손앞에서 잘힐듯만 하다. 이렇게 깐 껍질은 옥상이나, 집앞 공터등지에서 한 일주일간을 양건하게 된다.

건조 중인 진피

잘 말려진 진피의 껍질을 한입 베어물어보니 입안가득한 향기와 함께 쓴 맛이 오래도록 가시지를 않는다.

일년 내내 바닷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아래 잘 숙성된 탓이리라. 혹, 약을 치실일은 없으신지 넌지시 여쭤보니, 일반 감귤은 일년에 10~12회 정도는 약을 쳐야하지만 산물은 약 칠 일이 전혀 없었다며, 모양은 보지 않고 껍질만 약으로 쓰는 놈이다 보니 약을 치지 않아야 오히려 겉 표면히 울퉁불퉁해 껍질 값이 많이 나간다며 그런 걱정은 아예 말라신다.

제주도에서 가장 수령이 오래된 진귤나무가 있다는 애월읍 상가리를 찾았다.

350년이나 된 나무니 마을 입구에만 가면 보일거라 생각하고 무턱대고 찾았는데 마을을 한참을 돌아도 도통 보이질 않는다. 한참을 해맨 끝에 강00 어르신의 둣마당에서 결국 녀석을 찾았다. 대문을 들어설 때만 해도 조그만한 시골 농가인줄 알았더니 뒷마당에 귤나무가 수도 없이 많다. 저녁 햇살을 받으며 자기 자리를 떡하니 지키고 있는 진귤나무…

350년된 귤나무

제주시에서 350년 수령을 인정하는 푯말을 떡하니 붙여 놓았는데, 진귤나무의 실제 주인이시자 관리자이신, 강00어르신께서는 13대 조부님께서 심으신 거라며 380년은 족히 됐을것이라고 30년을 슬그머니 더 올리신다.

3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민초들의 질병을 치료하는데 그 귀중한 열매를 아낌없이 내어주었을 녀석의 수고를 생가가하며 한번 꼬옥 끌어안아 주었다.

산물(진귤)

산물나무를 일반 귤나무와 구별하는 법은, 열매의 크기도 작을뿐더러 열매 특유의 맛과 향이 독특하고 잎이 피침형으로 잘고, 잎끝이 약간 파여있다는 것이다. 산물(진귤)의 껍질인 진피는 예전부터 약재로 사용되어왔으나 한동안 그 맥이 끊겼다가 최근, 다시 진귤의 껍질을 찾는 많은 사람들로 인해 공급이 부족하여 해마다 가격이 대책없이 오르고 있는 중이다.

생산량은 한정되어 있으나, 약재로 사용되던 진피의 기원에 맞다하여 그효능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너도나도 찾다보니 공급이 턱 없이 부족한 것이다. 가격이 오르다 보니, 농가에서도 산물을 접목하여 해마다 생산량을 늘여 언젠가는 수요와 공급에 맞는 적절한 가격을 회복하는 날이 올것이다.

우선은 산물의 대용약재를 찾아볼 일이다.

작년같은 경우 산물의 부족한 물량을 또 다른 재래종의 하나인 당유자로 대처하였던 적이 있다.

일반 감귤은 수확기에 농약을 치지 않으면 잔류농약의 걱정은 없다 하나, 그래도 그 껍질을 약으로 쓸일인데 세척만으로 일반 감귤을 쓰는일은 아무래도 썩 내키지 않는 일이다.

유기농 감귤 밭

미리 연락이 닿은 유기농 조합을 찾았다. 벌써 10여년 전부터 한 대학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느낀바가 있어 무턱대고 농사법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조합장님의 농장은 원시림이 따로 없다.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다보니, 귤나무 아래는 초지를 이루고 있다. 바닥에는 비료대신 우두칩을 깔아두었다. 제주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방품림도 혹여 충분한 햇볕을 쬐이지 못하는넌 아닌가 염려되어 잘라버리셨다. 진작부터 유기농 감귤피를 사용하고 싶었으나, 가격이 너무 비쌀것을 염려 했었는데, 유기농 감귤 중에서도 크기가 지나치게 적거나 큰놈들은 상품으로 나가지 못한다 하니 이것들을 따로 모아 작업한다면, 산물의 대용으로써 훌륭한 약재가 될듯 하다.

오직 제주에서만 생산된다하여 그 이름을 왜귤이라 하는 지각(Citrust aurantium)은 현재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

마침, 우리가 묵었던 민박집 아저씨께서 저녁 술자리에서 우리가 약재로 쓰여질 귤껍질 때문에 왔다는 말씀을 들이시고는 본인 농원에 어릴적부터 있던 지각나무가 꼭 한그루 남아있는데 엤날에는 약으로 많이 썼다며, 요즘도 동네 어른중에 한분이 치질에 좋다며 열매가 달리는 데로 따 가신다고 하시는 말씀에 제주도에서 지각을 볼 수 있겠구나 하고 안내를 구했다.

지각 – 열매단면 껍질이 단단하고 두터우며 맛이 시고 향이 강하다.

현재 교과서로 사용하는 본초서에 탱자나무의 미숙한 과실을 지실이라 하고, 성숙한 과실을 지각이라 한다하기도 하였으나, 예부터 제주도에는 지각이라 하여 탱자와는 다른종의 식물이 재배되고 있었다.

지실은 산초과인 탱자나무의 미숙과실을 말하며, 지각과 운향과인 광귤나무의 미숙과실을 말하고 있다.

그 껍질이 단단하며 아주 두텁고 향이 강한데, 향도 향이려니와 쓰고 신맛이 하도 강해 역시 예부터 생용하여 과실로 사용되지 않고 行氣하는 힘을 고이 간직해 약으로 쓰였음직 하다.

한그루 남은 지각나무를 접목하여 몇 주 키워주십사 부탁들 드리고 온다.

이 글은 옴니허브닷컴에 2004년 2월 20일에 등록된 글을 각색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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