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에 관한 유익한 정보

울란바토르의 차가버섯

“차가버섯은 라오스의 사인처럼 몽골의 특산 약재다. 많은 사람이 항염증이나 항궤양을 위해차가버섯을 약차로 음용하고 있다”

차가버섯.

울란바토르가 여름철 관광지로 각광 받으면서 항공권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일전에 신청해둔 몽골 농림부의 공무원과 갑자기 약속이 잡혀 항공권을 구하려니 이미 매진이란다. 지인을 통해 가까스로 비즈니스 좌석 하나를 구해 울란바토르의 징기스칸공항에 내릴 수 있었다.

몽골의 인구 250만 중 절반 정도가 울란바토르에 사는데, 도시는 한마디로 과거와 첨단, 현대와 복고가 한데 어우러진 묘한 무질서가 일상에 섞여있는 느낌이다. 소련 시절에 지어진 러시아풍의 단조로운 건물들과 현대적 공법으로 지어진 깔끔한 빌딩이 마주하고 있는 도로 사이로, 전선에 줄을 단 전차가 오가고, 최고급 승용차와 현대차의 초기 모델인 엑셀 등 낡은 소형차들이 섞여 한낮의 러시아워를 만들고 있었다.

인민정부 청사가 있는 수하바토르 광장엔 미니스커트로 한껏 멋을 부린 아가씨들과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통 몽고식 복장과 가죽장화에 모자를 두른 영감님들이 보인다. 마침 가는 날에 울란바토르는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초고온으로 모두들 이상기후를 걱정했다.

울란바토르 도심 전경.

러시아 문자로 모든 표지판이나 간판이 표기돼 있고, 몽고말은 모르니 영어권이나 중화권에 익숙한 사람들은 그냥 보디랭귀지로 통할 수밖에 없다. 최근엔 경기 악화와 한파로 가축을 잃은 시골사람들의 도시 유입으로 치안상태가 나빠져 밤에 혼자 다니지 말라는 주의를 듣곤 했다. 택시는 콜을 해야 구할 수 있고, 도로에서 손을 들고 있으면 무허가 자가용들이 아무렇지 않게 호객을 한다. 이런 낙후된 모습이 있기에 몽골에서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방문 목적도 몽골의 광활한 땅에 국내 부존자원인 한약재를 재배해볼 기회를 찾기 위해서였다. 몽골에 자생하는 약초 수는 1000종이 넘는다고 한다. 마황, 육종용, 작약, 감초 등이나 요즘 비타민 나무로 뜨고 있는 사극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본초서에 기재되지 않은 종이 많다.

하지만 채취하는 사람이 적어 경제적 가치는 적은 듯하다. 만일 광활한 땅에서 사람이 일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계영농을 할 수 있는 약초 작목이 있다면 승산이 있어 보인다. 대량생산, 대량채취, 시설장치에 의한 건조 등의 시스템을 도입하면 몽골에서 약초영농에 블루오션이 보인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20000ha(6000만평) 상당의 농장을 둘러보고 오니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해진다.

한약재 농장에서 필자가 방문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일정 내내 몽골에서 채취한 차가버섯을 차게 우려서 음용해 보았다. 차가버섯은 라오스의 사인처럼 민간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그들의 특산 약재다. 많은 사람이 궤양 등 만성적인 염증질환의 치료를 위해 차가버섯을 약처럼 음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차가버섯은 열에 약해 가급적이면 찬물(온도 50도 이하)에서 장시간(8시간 이상) 우려내고 다시 한번 재탕으로 우린 다음 두 용액을 섞어서 나누어 마신다. 러시아의 연구에 의하면 암증 질환에도 일정한 효능이 있다니, 항염증이나 항궤양의 효능은 당연히 있으리라 여겨진다. 앞으로 상시 건강을 위한 한방차 소재로 한의계의 많은 연구를 바란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우울한 날’의 한방차

“蓮은 습한 곳에 살지만 습을 이기고 꽃을 피운다. 산수유의 새콤함은 삶의 희망에 불씨를 지피는 듯하다. 한방차 조합으로 우울함을 날려보내자”

영화 <중경삼림> 한 장면.

설문조사를 통해 차가 마시고 싶어지는 날이 언제인가 물어 보았더니 뜻밖의 답변이 나왔다. ‘우울한 날’에 가장 차를 마시고 싶어진단다. 술 한잔 마시며 우울함을 풀어내고 싶은 것처럼, 차 한잔도 우울함을 달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되는가 보다.

우울한 날을 생각하니 문득 홍콩을 배경으로 한 영화 <중경삼림>이 떠오른다. 뭔가 축축하고, 암울하고, 안개가 낀 듯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젊은 군상의 무표정한 사랑과 헤어짐, 그리고 혼자 남아 외롭고 우울한 일상의 반복…. 혹시 이 영화처럼 마음 속 깊이 젖어드는 축축한 습기가 싫어 따뜻한 차 한잔이 마시고 싶어지는 것일까?

필자가 가본 중국의 충칭(重慶)은 인구 3000만명이 넘는 메가시티로 항상 습기가 도시를 감싸고 안개로 인한 비행기 결항이 잦다. 그만큼 햇빛을 보는 시간도 적어 충칭에는 우울증을 앓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우울증은 삶에 대한 관심이나 의욕 감퇴, 디프레스된 기분이나 의기소침, 고독한 느낌으로 인한 상실감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양방에서도 우울증은 세로토닌이란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 생기는 뇌의 병변으로 보고 있다.

우울한 날의 한방차.

멜라토닌은 낮에 적게 만들어지고 밤에 많이 합성돼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밤이 왔다는 것을 알려줘 잠을 유도한다. 멜라토닌은 세로토닌으로부터 만들어 지기에, 햇빛을 비춰주면 멜라토닌은 적게 합성되고 대신 뇌 내의 세로토닌은 많이 분비된다. 그래서 햇볕 조사량이 적은 유럽에서 우울증 환자가 더 많이 발생하며 우울증 치료에 광치료가 유의성을 가진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울함은 인체의 내적 또는 외적 환경으로 인해 생길 개연성이 높다. 우울증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나타나는 것도 이런 환경적 요인에 여성이 더 취약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 우울한 날에 마시는 차, 즉 우울함을 날려버릴 수 있는 한방차의 조합을 만들 단초가 생겼다.

연잎.

습을 이길 수 있는 약재, 순환을 도와주는 약재, 따뜻함을 더하는 약재, 정열을 상징하는 약재로 군신좌사를 정하니, 하엽, 귤피, 석창포, 산수유가 정해진다. 연잎을 君으로 잡았다. 蓮은 진흙 바탕에 뿌리를 내리고, 물 위로 잎을 펼친다. 항상 습한 곳에 살지만 습을 이기고 아름다운 연꽃을 피운다. 번뇌 망상 우울에서 벗어나 해탈의 밝은 꽃을 피우는 것이다. 그래서 연잎은 ‘우울한 날의 차’의 주재료가 될 만하다.

맛을 만들기 위해 이리저리 조합을 바꾸어 가며 시음을 해본다. 산수유의 새콤함이 삶의 희망에 대한 불씨를 당기는 듯하다. 한방차를 잘 만든다면 현대사회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는 우울증 치료에도 한방차를 이용한 생활한방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박주시장의 변화

“여러 중약재를 한 번에 달여 차처럼 음용할 수 있도록 포장한 한방차가 눈에 띈다.
이제 디자인까지 입혔다. 한방차 고객을 직접 겨냥한 상품이다”

중국의 최대 약재 집산지인 안휘성의 박주시장으로 가는 길이 정말 편해졌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상해공항에 내려서 택시를 대절해도 열 몇 시간을 고생고생하며 찾아간 기억이 생생한데, 길이 점점 좋아지더니 이젠 직항으로 하남성 정주공항에 내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통해 2시간 반이면 도착할 수 있는 길이 됐다.

박주시장 전면.

중국은 정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 빠른 변화는 박주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예전의 박주시장이 많은 상회의 집합처로 중국 전역에서 올라오는 먼지 묻은 약재로 또는, 고가약재를 위품으로 또는, 중량을 늘이기 위해 이물질을 섞는 어두운 구석이 눈에 띄었다면, 이번 방문에선 GMP 시설을 갖춘 현대적인 음편공장과 수출과 내수를 위한 대규모의 제약공장이 많이 생긴 점이 이채로웠다.

특히 신 개발구에는 중국 전역의 약재 엑스추출물을 전문으로 하는 제약회사들이 분양을 받아 건축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추출물 가공은 중약의 현대화 과정에서 꼭 필요한 중간 과정이다. 중약재는 꼭 중의병원의 탕제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식품과 건강식품, 화장품, 의약품 원료로 두루 쓰이기 때문에 중약재 추출물의 수요도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박주시장 신 개발구.

박주시장의 수많은 사람이 모여서 중약재를 사고파는 큰 따팅(大廳)으로 가는 입구엔 중국 동인당에서 운영하는 큰 매장이 있다. 동인당은 중약 산품(産品)의 트랜드를 이끄는 큰 기업이다. 그래서 출시되는 상품의 종류를 보면 그네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동인당의 매장에 진열한 상품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다.

예전엔 동충하초, 연와(남방제비집), 녹용, 아교, 풍두(석곡) 인삼세절편 등 보약 선물류가 전면을 장식했다면 이젠 거의 모든 약재를 깔끔한 소포장 용기에 담아 소비자들이 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상품이 많았다. 용도에 따라 여러 중약재를 모듬으로 만들어 한 번에 달여서 차처럼 음용할 수 있도록 포장한 한방차 종류도 눈에 보인다. 이전에는 조악했다면 이제는 디자인을 입힌 고급스러운 제품이랄까. 한방을 찾는 고객을 직접 겨냥한 상품으로 보인다.

책자를 통해 그들의 관점의 변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회경제가 발달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자 건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역대의 본초 및 방제학에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보건식품과 병후 회복을 도와주는 건강식품을 찾아가는 것이 현대생활의 신조류이다.

동인당 전경.

이런 흐름에 맞춰 동인당은 전통과 현대기술을 종합해 가정에서 쉽게 달여 먹을 수 있도록 포장을 간소히 하고, 약선음식이나 면, 또는 즉석 가공음식의 조리에 쉽게 넣을 수 있도록 포장용기를 개발하며, 마치 차처럼 쉽게 음용할 수 있도록 하여 생활 속에서 쉽게 건강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필자가 보기에도 동인당은 요즘 트랜드를 정확히 읽고 있다.

한국사회에서도 인터넷으로 유포되는 정보에 힘입어 스스로 만드는 셀프 메디신(self-medicine) 개념이 뜨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한의원들도 변화된 트랜드를 읽어내고 거기에 고객의 눈높이를 맞춰가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뽕잎으로 만드는 복합차

거창 고정제로 가는 길 옆에 뽕나무 오디가 열려있어 무심결에 손이 갔다. 다 익어서 까만 오디, 빨갛게 반쯤 익어가는 오디는 우리네 어린 시절의 간식이었다. 그렇게 달지는 않았지만, 심심한 입을 달래준 즐거운 기억으로 인해, 오디가 달린 뽕나무를 보는 것은 참 기분 좋았다.

뽕나무 오디.

한동안 뽕나무와 관련된 약재를 연구하기 위해 국내 양잠농가는 물론 중국, 베트남, 라오스등 외국의 양잠농가를 찾아다닌 적이 있다. 백강균에 의해 하얗게 자연사한 백강잠을 수집하는 일, 백강잠은 썩지 않고 잘 건조돼 투명한 유리 같은 단면이 나타나야 상품이라고 산지의 농민들과 대화하며, 누에의 똥(蠶砂)을 이물질과 섞이지 않게 잘 건조해 달라고 부탁하는 등…. 일을 하면서, 필자가 방문한 뽕나무 산지는 대부분 도시와는 떨어진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청정지역이다.

백강잠, 원잠아, 잠사, 상백피, 상지, 상엽, 상심자는 모두 뽕나무와 누에를 치는 마을들에서 생산되는 약재들이다. 이는 뽕나무는 모든 부위가 약재로 이용되며 뽕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 역시 중요한 약재라는 것을 보여준다.

뽕잎차.

누에는 뽕잎을 먹고 살지만 농약 등 환경 오염물질에 너무나 민감하여 뽕잎이 조금만 오염이 되도 곧 죽어버린다. 그래서 누에를 먹이기 위해 뽕나무를 기르는 곳은 아주 청정한 지역에 위치해 있어야 하고 관리 방식 또한 아주 청정해야 한다. 다행히 뽕나무는 병충해에 강해 약을 치지 않더라도 잘 자란다.

예로부터 양잠업은 우리 생활과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어 지금은 양잠을 하지 않더라도 뽕밭은 도처에 있어 마음만 먹으면 많은 양의 채취가 가능하다. 뽕잎과 관련된 많은 연구결과로 뽕잎은 성질이 무독하여 장복해도 또한, 많은 량을 섭취해도 안전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뽕잎차는 풀내음이 있고 맛이 덜하다. 대신 뽕잎과 구기자를 7:3 비율로 복합하면 환상적인 맛이 나온다. 기능성 역시 더 뛰어나다”

뽕잎에는 중성지방을 분해하고 콜레스테롤을 억제하여 당뇨, 비만 등 대사증후군을 개선시키는 효능이 있고, 뇌의 모세혈관을 튼튼히 하여 중풍을 예방하는 작용이 있다. 부기를 내리며 변비를 풀어주는 등 인체의 노폐물을 잘 배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용이 있으니 현대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각종 증상을 해결하는 많은 효능을 가진 좋은 약재라고 볼 수 있다.

뽕잎구기자차.

이처럼 청정한 원료로서, 안전하고, 값도 싸면서 구하기도 쉽고, 효능 좋은 뽕잎과 같은 재료를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뽕잎의 유효성분은 물에 잘 녹는다. 단순히 우리기만 해도 유효성분의 추출이 가능하다. 일상생활에서 음용할 수 있는 건강차로 뽕잎은 정말 모든 것을 갖췄다. 오래 마실수록 좋으니 다양하게 마시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다만 뽕잎차는 풀내음이 있고 맛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살짝 비벼서 로스팅하면 보충이 되지만 그래도 맛이 조금 부족한 느낌은 남는다. 이 점을 한의사들은 복합처방으로 맛을 낼 수가 있다. 구기자, 대추, 둥글레 등 구수하고 달착지근한 맛을 내는 재료와 복합하면 양자의 단점을 보완한 복합차가 탄생한다. 물론 기능성 역시 더 좋은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필자가 해보니 뽕잎과 구기자는 7:3 비율이 환상적인 것 같다.

허담/ (주)옴니허브 대표. 한의사

커뮤니케이션과 茶劑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접근하며 기분 전환과 체질 개선에 응용할 수 있는 茶劑 등 환자들
요구에 부합하는 소통 방식이 필요하다”

소통.

꿈이었다. 꿈 속에서 난 학교 선생님이다. 내가 열강을 하고 있는데 반해 학생들은 삐딱하게 앉아 뭔가 도전적인 자세로 강의를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있었다. 나는 학생들의 수강태도가 못마땅했다. 그런 모습에 마음이 점차 답답해지고 드디어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나는 선생이고 너희는 학생인데, 그런 식으로 선생을 무시하는 듯한 눈초리로 강의를 들으면 되냐고 엄청 화를 내던 중에 잠을 깼다.

시간은 아직 새벽 4시가 되기 전이다. 왜 하필 이 시간에 이런 얄궂은 꿈을 꾸게 됐는가 되새겨 보았다. ‘나는 선생이고, 너희는 학생인데…’ 라는 생각이 커뮤니케이션을 방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건방진 태도로 강의를 듣는 요즘의 학생들을 이해하기 위해 내 마음을 여는 것보다, 선생으로서 받아야 할 예우에 집착해 화를 내고 있는 내 모습이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약술.

꿈 속의 선생과 학생처럼, 현실에서도 한의사와 환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뭔가 잘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용이 간편한 환제.

우리는 한의원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대우하고 있는지…. 과연 환자들은 한의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는지…. 꿈 속과 마찬가지로, 예전 같지 않은 환자들에 대해 답답해 하고 화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꿈에서 깨어난 이후 계속 이어졌다.

한의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이해가 점차 부족해지는 것도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족 때문이 아닐까. 한약에 대한 불신으로 ‘차라리 홍삼을 먹지…’ 하는 건방진(?) 소비자들에 대한 답답하고 화나는 심정이, 마치 꿈 속의 선생과 학생처럼 서로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없이, 변해 버린 세상을 원망하고만 있는 심정과 같게 느껴진다.

설령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있다 해도 의사의 우월적인(?) 위치를 이용해 우리의 방식이 옳으니 따라오라고만 하는 방식은 아닌가. 마치 쓴 한약을 비닐봉지에 담아 옛날부터 이렇게 복용했으니 이렇게 드셔야만 한다고 강요하고,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먹거나 말거나 알아서 하시오’ 라고 말하면서, 환자들이 불편해 하든 말든, 우리는 우리 입장에서 우리의 원칙과 현실만 얘기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많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현대인을 위한 삼각티백 한방차.

환자들에게 투약하기 위한 제형으로만 본다면, 중국의 약재산지에 위치한 작고 초라한 중의 문진소에서 만난 적각의(赤脚醫) 즉 맨발의 의사들이 보통의 우리 한의원보다 더 다양한 제형을 운용하고 있음을 알고 놀란 적이 있다. 그것은 서양의학이 들어오기 전, 옛날의 우리 선배 한의사들이 환자들의 요구에 의한 다양한 전통제형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는 의미이고, 그 말은 현대의 우리보다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는 뜻이다.

급성병 및 응급상황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散劑, 만성병 및 완만한 질환에 오랫동안 복용할 수 있는 丸劑, 물로 달여 먹는 것보다 알코올로 침출해 먹는 것이 더 좋은 酒劑,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접근하며 기분 전환과 체질 개선에 응용할 수 있는 茶劑 등…. 아니면 현대의 제형에 맞는 엑스제 등 제형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느낌, 이것을 간밤의 꿈과 연결시켜 보는 것이 지나친 해석일까?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스트레스와 대나무 발효차

“연한 꿀향이, 은은한 단맛이, 감칠맛 나는 대나무 발효차로 鬱熱을 시원하게 날리자, 그리고
혈관 속 잡때도 씻어내자”

살다 보니 어느새 아내의 발자국 소리가 무서워지는(?) 나이가 됐다. 그 누구나 젊은 시절엔 앞만 보고 달려간다. 인생의 속도가 떨어지고 시야가 넓어질 즈음이면 주위의 사물이 눈에 들어온다. 이때가 되면 그동안 모르고 지내 왔던 내 몸의 변화 역시도 감지된다.

며칠 전 우연히 잡은 친구의 어깨가 너무나 딱딱했다. 평생 호인으로 살아왔기에, 그 친구가 속으로만 삭혀온 생의 무게가 어떠했는지 짐작이 갔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뒷골이 아파 병원에 들렀더니 혈압이 200을 넘었다고 한다. 돌아서 만져보는 나의 어깨도 단단히 굳었으니 아마 우린 동병상련이 아닐까 싶다.

우리 나이가 되면 강한 척 세상을 향해 허세를 부려보지만, 누군가를 위해 어깨로 받쳐야 할 짐들이 너무나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 세대만 느끼는 부담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 역시 살아가며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는 힘을 느낄 것이다.

이처럼 어깨를 누르는 힘은 스트레스(壓力)가 되고, 내려누르는 압력을 견디기 위해 뒷목과 어깨를 단단히 굳게 만들어 자신의 형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인체의 생리현상이다. 하지만 단단히 굳어있는 외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내부의 기운은 약해지고, 속으로는 소통하지 못한 울열(鬱熱)이 쌓이고 만다. 한마디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그에 비례해 인체의 탄력성이 떨어지는 셈이다. 굳고 탄력성이 떨어지는 부위는 근육과 인대에 그치지 않고, 모든 혈관과 세포에까지 영향을 미쳐, 결국 조직은 굳어지고 활력은 떨어지는 현상이 생긴다.

이런 생활 속에서 마주치는 많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필자가 주목한 것이 대나무다. 딱딱한 땅을 뚫고 올라와, 맹렬히 하늘로 솟구치는 대나무의 기상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청량하다. 꽉 막힌 정체를 풀고, 속에 쌓인 울열(鬱熱)을 시원하게 날리고, 혈관을 딱딱하게 만드는 혈관 속에 낀 잡때를 씻어줄 방안을 대나무 기상에서 엿봤다.

그래서 처음 약재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대나무 기름인 竹瀝을 만들어 심혈관 질환에 사용해 왔고, 대나무 유층(油層)을 약용 부위로 쓰는 한약재인 竹茹의 임상활용을 많은 한의사에게도 적극 권장해 왔다.

스트레스를 풀어내는 생활 속 한방차로 즐기기 위해 대나무잎을 가지고 연구도 해봤다. 헌데 대나무잎은 물이 잘 침투하지 못한다. 대나무잎의 성분이 추출돼 나오려면 장시간 다려야 하고, 즉석에서 향미를 즐길 수 있는 한방차로 만들기 위해선 전처리가 필요했다. 로스팅도 해보고, 쪄보기도 했지만 잘 우러나오지 않고 기호도 역시 좋지 않았다.

결국 발효를 이용한 전처리 방법을 택했다. 대나무잎과 미강을 적당량 넣은 후 균주를 넣고 수분을 맞춘 다음 회전식 발효기에 넣어 발효를 진행했다. 며칠 지나 발효의 향내음이 과실향처럼 나올 무렵 후숙도 하기 전에 차를 우려냈다. 아! 연한 꿀향이 배어나오는, 은은한 단맛이 감도는, 감칠맛 나는 대나무 발효차가 완성되는 순간이 그렇게 찾아왔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운남성의 한방차

“교고람(絞股藍)차와 묘수(猫鬚)차는 운남성의 대표적인 약용차다. 그동안 필자의 연구로 볼 때 교고람은 한의원 茶劑로 처방하거나 비만증 응용약재로 개발하면 좋을 듯하다.”

교고람차.

중국 운남성에는 아주 많은 소수민족이 있다. 문화와 생활양식은 물론 언어마저 다른 민족들이 열대우림의 밀림과 고원지대에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다양한 환경 만큼이나 생물종이 풍부하고, 각 민족마다 약초를 이용하는 방식이 독특해 가히 ‘약초자원의 보고’라 할 만하다. 특히 운남백약(雲南白藥)은 모든 출혈증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는 지혈제로 중국 전역에서 사용되는 명약이다. 중국 정부가 운남백약(雲南白藥)을 구성하는 약재의 종류와 제조법을 국가 기밀로 보호하고 출입과 접근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을 정도다.

운남성은 예로부터 대엽종 노거수 차나무에서 채취한 차엽으로 발효 숙성시킨 ‘보이차’가 유명하지만 그에 못잖게 민간요법처럼 전해오는 약용차 또한 많다. 대표적인 약용차로 쿤밍공항에서도 파는 ‘교고람(絞股藍)차’와 비뇨기과 질환에 아주 효과가 좋아 ‘腎茶’로 알려진 ‘묘수(猫鬚)차’가 있다.

묘수초.

쿤밍공항에서 교고람차가 금방 눈에 띈 것은 필자가 그동안 조사연구하고 있던 약초이기 때문이다. 교고람은 한국에서도 자생하고 있는 ‘돌외’라는 식물인데, 중국에서는 칠엽담(七葉膽)이란 약재명으로 더 알려져 있다. 한국인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더 많아 남방인삼으로 불리기도 하며, 그 효능이 탁월해 중국과 일본에선 벌써 많은 현대적인 연구가 진행됐다. 우리나라 자생식물 연구단체 역시 많은 연구를 진행해 현재 모 바이오벤처 기업이 비만과 대사증후군에 관한 특허물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중이다.

묘수초 재배지 설명 팻말.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 자생하고 있으며, 한때 ‘덩굴차’라는 이름으로 개발돼 1980년대 초반에 큰 붐을 일으켰다. 교고람차를 마시고 나면 한동안 입안에 단맛이 돈다. 마실 때 쓴맛이 조금 있지만 뒤에 남아있는 단맛 때문에 쓴 느낌을 별로 받지 못한다. 특이한 것은 청열해독의 작용과 함께 보신강장(補腎强壯)의 효능이 같이 있다는 점이다. 문헌에 기재된 내용도 그렇고, 이 차를 마셨던 많은 사람의 경험담도 그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동안 필자의 연구로 볼 때 교고람은 우리 한의계가 충분히 응용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약초자원이라고 본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만성기관지염, 천식, 피로 감퇴, 발기력 향상 등등…. 교고람의 많은 효능을 고려한다면, 앞으로 한의원의 차제(茶劑)로 처방하거나 비만증에 응용할 수 있는 약재로 개발하면 좋을 듯하다.

묘수(猫鬚)초는 그 식물에 핀 하얀 꽃이 마치 고양이 수염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운남성 시솽반나에 주로 거주하는 ‘다이족’이 가정 상비약처럼 집 주위에 심어 애용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신기해 다이족의 기이한차(傣族怪茶)로 불릴 정도로 유명한 차다. 시솽반나에 있는 南藥園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그 설명을 대체해 본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시솽반나의 기후는 무덥고 찐다. 대구의 여름날씨를
연상하면 된다. 습기를 날려버릴 약재, 사인가루를 커피
한잔에 토핑해 끽음하고 싶다”

사인의 꽃.

중국 운남성에 있는 시솽반나(西双版納)를 곤명을 거쳐 다녀왔다. 시솽반나는 운남성 남부지역에 있는 열대우림지역으로 우리나라의 제주도와 같이 중국인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관광지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아는 사람이 적은 미개척지이기도 하다.

사인의 꽃.

광동성의 양춘지방의 도지 약재인 사인을 주경년이란 연구원이 1959년부터 위도와 환경이 비슷한 시솽반나에서 재배를 시작해 언제부터인가 ‘양춘사인’의 주산지가 됐다. 헌데 광동성 양춘지방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사인 재배인구가 급속히 줄어들어 명맥이 거의 끊어진 상태다.

사인의 재배지를 답사하며 처음으로 사인의 꽃향기를 맡았다. 보통 수확철에만 산지를 다녀온 관계로 꽃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방문으로 처음 꽃을 대하는 것이다. 사인의 꽃향기를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느낌은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마치 사랑하는 여인과의 정사를 앞둔 듯…, 신비하고 감미로운 여인의 향기와 같달까.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어쩌다 한번 꽃 피는 행운목의 꽃향기를 십분의 일로 줄여 놓은 듯한 흔치 않은 달콤하고도 유혹적인 향기, 그러면서도 연하여 불면 날아가 버릴 듯한 아쉬움이 있는 향기이기에 나의 뇌 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은 느낌…. 아! 이 향내는 내가 느끼듯 많은 사람도 같이 느끼지 않을까 싶다. 마치 남방미인을 그리는 것처럼.

사인 제배지.

사인의 꽃은 뿌리 줄기에서 핀다. 땅바닥에 딱 붙어 피는 꽃이라 수량이 적으니 당연히 열매인 사인의 수확량도 적으리라. 사인의 가격이 올라가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 현장의 재배상황을 보니 앞으로도 가격은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사인은 계곡을 끼고 있는 경사지 비탈면에서 자란다. 응달에서 자라기 때문에 햇볕을 막아줄 나무그늘이 반드시 필요하고, 배수는 잘 돼야 한다. 사인이 자생하는 현장에는 인체의 水氣가 변환돼 가는 모습이 모두 있다. 霧, 溝, 瀆, 계곡의 습기가 물안개처럼 피어있고, 작은 물길이 모아져 도랑을 만들고, 계곡이 형성돼 가는 중심에 사인은 피어있다. 같이 간 중의사가 脾臟의 역할을 설명하면서 사인의 작용을 말한다. 濕을 다스릴 수 있는 힘이 있는 약재로서 절묘한 방향을 가지고 있는 약재, 한의사라면 굳이 긴 말을 하지 않아도 금방 이해가 될 것 같다.

시솽반나의 기후는 무덥고 찐다. 우기 내내 우리나라 특히 대구의 여름날씨가 지속된다고 보면 된다. 습기를 날려버릴 커피 한잔에 사인가루를 토핑해 끽음을 즐기고 싶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엄나무 잎, 민들레 전초 등 쓴맛 나는 약재를 차로 음용하면
만성적 염증을 치유하며 년중 삽싸름한 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현대를 살아가면서 체내에 완벽하게 염증이 하나도 없이 살아갈 수가 있을까? 풍치라고 불리는 치주염, 항상 목이 잠긴 듯한 만성 후두염, 콧물 재체기를 만드는 비염, 신경성으로 속이 쓰리는 신경성 위염 또는 역류성 식도염, 통증을 일으키는 인대주위염, 관절염, 심하면 간염, 만성장염, 남자들의 전립선염 등 각종 만성적인 염증을 일으키는 질환은 우리 주위에 너무도 흔하다.

민들레(포공영)

이런 염증성 질환에서 나오는 분비물들이 인체의 대사산물과 결합되면서 혈관을 손상시키는 혈관질환을 만들고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사실 만성적인 염증은 항생제로도 치유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항생제로 잘 치유되지 않는 만성적인 염증질환에 한의학의 장점이 있을 듯하다.

한방에서 청열해독하는 본초의 기미는 쓴맛이다. 만성적인 염증을 관리하기 위해 쓴맛의 한약재를 잘 이용하는 것, 즉 쓴맛의 강약과, 대소, 경중을 살피고, 쓴맛 뒤에 따라오는 삽싸름한 맛 또는 단맛 등의 뒷맛을 살펴 염증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차제 또는 탕제를 구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애기똥풀(백굴채)

어제 한의사 동료들과 함께 약초산행을 다녀왔다. 밝은 햇살이 가득한 5월의 들판은 축복이다. 신록은 푸르고, 산과 계곡을 타고 흐르는 공기는 신선하며, 물은 깨끗하고 맑았다. 이런 환경 속에서 주위를 음미하고 있노라면, 살아있음이 축복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조팝나무가 하얗게 핀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지천에 핀 애기똥풀이 보인다. 노랑 민들레뿐 아니라, 하얀 민들레가 햇살 그득한 들판에 널려있다. 얼레지와 노루발풀도 돌길 옆 한켠에 수줍은 듯 피었고, 산등성이 습지엔 족도리풀 세신이 땅에 붙은 듯 보인다. 이 시기의 개망초는 나물로도 제 격인데, 개망초를 채취하는 이 원장님은 이 맛을 아시는가 보다.

해동피

햇살을 받은 들판은 온통 천연색이다. 자연 속에 있음, 자연으로부터 받은 몸, 인간이 치료하지 못하는 질병은 자연 속에서 치료가 이뤄질 수 있다는… 앞서가면서 던지는 김 원장의 말이 실감이 된다.

점심은 동네터 농원에서 비빔밥을 먹으며 제철에 채취한 산나물을 맛보는데, 쓰면서 삽싸름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봄철의 나물을 음미하며 엄나무 잎이나, 민들레의 전초 등 쓴맛이 나는 재료를 건조하고, 로스팅해 차로 음용할 수 있도록 만들면, 일년 내내 쓴맛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한의사의 밝은 눈으로 생활 속에서 쓴맛을 찾아내고, 쓴맛을 가까이 하고, 쓴맛을 즐길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내 만성적인 현대의 염증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내기를 기대해 본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현대인의 과로와 산수유차

“산수유차는 기혈을 보충해 준다. 보약 복용 뒤라면
산수유차로 사후관리를 배려하자”

현대사회는 경쟁체제다. 끊임없이 효율성을 강요받기 때문에 내가 가진 능력 이상으로 그 무엇을 해내야 한다. 내가 받는 연봉보다 더 많은 효율을 올린다는 걸 입증해야 직장에서 살아남고 승진도 한다.

더 좋은 대학을 가려고 고달픈 수험생활을 마치자마자, 대학생은 취직을 위해 또 다른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취직을 해도 역시 경쟁이다. 승진과 출세 역시 경쟁의 장이다. 그러다 보니 인생은 사라지고 끊임없이 자기를 채찍질하는 일만 남았다.
이래서야 어디 체력이 견디겠는가.

빨갛게 달린 산수유 열매.

결국 과로가 일상이 됐다. 과로가 겹치면 사실 자신이 회복할 수 있는 양보다 더 많은 氣의 소모가 일어난다고 보아야 한다. 氣의 소모로 氣가 새어나가면 기운이 없고 쉽게 피로해진다. 휴식을 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점차 심해지면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유형적인 血의 손상과 함께 조직의 손상이 일어나고 만다.

조직이 손상되면 입가가 갈라지고 입 안에 염증이 생기고 인체의 다른 부위에도 만성적인 염증상태가 지속된다. 심할 경우 출혈증이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면 쉽게 이런 사람들을 볼 수 있고, 내원하는 환자들 역시 가만히 관찰해 보면 상당수가 이런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 과로가 일상화돼 이런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들 지나간다. 더구나 음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외모와 허우대는 커보여도, 사실상 그 내면의 기운을 따져보면 체력의 손상을 감내할 만큼 단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어나가는 기운을 갈무리해 수렴시켜 주는 대표적인 약재로는 산수유가 있다.

추출이 용이하게끔 알갱이로 만든 산수유.

산수유는 이른 봄에 꽃망울을 터뜨리고는, 가장 늦게까지 빨간 열매를 나뭇가지에 달고 있다. 작은 꽃망울 하나하나에 열매가 달리기에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과육이 단단하고 끈적끈적해 정기가 집적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토록 오래 달려있을 수 있는 힘은 끈기를 방증한다.

과로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산수유차를 권해 보자. 산수유는 남자에게만 좋은 약재가 아니다. 끊임없이 기혈의 소모를 충당해야 하는 경쟁체제 속의 많은 현대인에게 좋은 약재다. 한의원의 약통 속에서 100g이든 200g이든 나누어 담아서 차처럼 끓여 드시라고 권해 보자. 보약을 드시고 난 다음이라면 일상생활 속에서 사후 관리를 산수유차로 할 수 있도록 배려해 보자. 산수유의 신맛이 거슬린다면 조청(아니면 물엿이라도 좋다)을 조금 태워 마시도록 해도 좋을 듯하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