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이야기이지만, 한약재 이름 앞에 따로 ‘토’니 ‘당’이니 ‘일’이니 ‘원’이니 하는 접두사가 붙어 헷갈리게 하는 경우를 여러 번 겪어 보았을 것이다.
특히 처음 개원하는 경우라면 어떤 약재를 써야 바른 약재를 쓰는 것인지 난감할 것이다.
옛 본초서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런 구별은 산지와 종을 구별하기 위해서 유통과정 중에 붙여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아니면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진’이니 ‘대’니 하는 접두사를 붙이는 경우도 물론 있다. 결국 접두사의 내막을 알려면 실제로 약재의 산지와 종을 추적해 보아야 할 것이고 접두사가 다르므로 인해 가격과 약효가 왜 달라지는 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값비싸 다른 것 섞이기 쉬워
현재 유통되는 시호에도 토시호, 일시호, 얼치기, 산시호 등의 구별이 있다.
일시호는 삼도시호라고도 하는데 일본의 삼도지방에서 종자가 들어와 우리 나라의 남쪽 섬 지방이나 순천 벌교 여수 등 해안가의 산지 등에서 주로 재배되고 있다. 1년생으로 주로 수확하기 때문에 현재는 경북 북부 지역이나 강원도에까지 재배면적이 확대되고 있다. 뿌리는 연한 황갈색을 띤다.
토시호는 우리나라의 재래종 시호로서 예전엔 산시호에서 종자를 채취하여 재배하였지만 지금은 토시호의 종자 자체가 귀해졌다. 경북이나 강원도의 추운 지방에서 주로 재배되어 왔기에 1년생은 너무 잘아 보통 2년 이상 재배하여야 하므로 농민들의 수지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강원도에서 가끔 토시호라고 하여 재배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일시호가 올라온다고 종자 시비가 일어난다.
산시호는 가끔 강원도의 산꾼들에게서 산시호를 조금 모아 놓았다고 연락이 오는 것을 보면 아직 강원도는 산시호가 있는 모양이다. 오래 묵은 감기를 치료하려면 산시호를 꼭 써야 한다며 귀하게 내어준다. 야생은 뿌리가 가늘고 길며 고동색을 띤다. 지리산의 산꾼들은 죽시호를 산시호라고 캐어 오는데 이는 다른 품종이다.
얼치기는 시호의 씨앗을 산에 뿌려 놓았다가 기억을 더듬어 캐내는데 그 방식이 장뇌삼과 비슷하다.
산시호처럼 몸통에 비해 잔발이 많다.
수입시호는 한국 사람들이 삼도시호의 종자를 중국에서 심어 가져오는 1년생 시호이다. 특징은 뿌리의 뇌두 부분을 완전히 절단하였다. 시호는 뿌리 전체를 절단하지 않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가격이 비싸 다른 뿌리가 섞이기 쉽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