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bes]에 실린 기사입니다.

– 일본 허브 티의 선구자 기타지마 이사오(北島勇)와의 만남

▶기타지마 이사오 일본녹차센터 사장

이런 정겨운 모습을 보면서도 건강 지키는 일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으로선 아쉬운 마음이 들곤 한다. 인스턴트 커피나 탄산음료·햄버거 등 서구식 ‘빠른(fast) ’ 식문화가 너무 뿌리깊게 우리 생활 속에 파고들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카페인이 많아 해가 될 수도 있는 커피의 자리에 우리 몸을 정화하는 차(茶)를 앉힐 수는 없을까. 한의사인 필자가 한방차 개발에 나선 것도 이런 욕심(?) 때문이다. 한방에는 ‘의식동원(醫食同源)’이란 개념이 있다.

의(醫)와 식(食)이 같은 근원이기 때문에 먹는 것만 잘 선택해도 병을 고칠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마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물이 우리 몸의 약 8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지 않은가.
3월 중순 일본에서 만난 기타지마 이사오 씨는 한방차의 대중화를 기대하고 있는 내게 희망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 그는 1969년 일본녹차센터란 허브 티 판매회사를 차려 오늘날 허브 티 붐을 이룬 인물이다. 기타지마 사장이 이 회사를 설립할 당시만 해도 ‘허브(herb)’라고 하면 사람들은 ‘독사’로 착각하던 시절이었다.

일본 사람들은 ‘허브’를 ‘하부(ハ―ブ)’라고 발음하는데 독사의 일종인 ‘하부(ハブ)’와 발음이 비슷했던 것이다. 허브 티 시장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본에서 기타지마 사장은 어떻게 대중화에 성공했을까.

기타지마 사장은 채소와 어패류를 즐겨먹던 일본 사람들이 갑자기 햄버거나 콜라 ·커피 같은 서구식 음식을 먹으면서 전에 없던 아토피 · 비만 등에 시달리는 모습을 보고 허브 티를 보급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창업 동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차나 중국차도 좋지만 커피에 맞서려면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허브 티를 사업 아이템으로 정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하고 세계적인 허브 티 메이커인 독일 폼파돌(Pompadour)사의 문을 두드렸다. 그 이후 일본녹차센터는 폼파돌사의 총대리점이 돼 130년 된 폼파돌사의 각종 허브 티를 일본에 보급했다.

일본 역시 아직 커피가 음료 가운데 압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젊은이들,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는 허브 티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허브 티’하면 헬시(healthy)하고 모던(modern)한 감각으로 받아들여져 인기를 얻고 있으며, 도심 곳곳에 허브 티 전문 카페가 성업 중이다. 이런 허브 티 붐 한가운데 기타지마 사장이 서 있다.

“10 · 20대 여성을 집중 공략하기로 하고 ‘플라워 티(flower tea)’란 이름을 사용한 게 주효했습니다. 사실 허브 티는 꽃· 잎 · 열매 · 씨 · 껍질 · 뿌리 등 식물의 다양한 부분을 사용해 만들지만 그 중 꽃이 여성들의 마음에 가장 잘 파고들 것이라 판단한 거죠.

허브 티를 건강식품이나 전통차 매장에서 팔지 않고 커피나 홍차와 나란히 세워 판매한 전략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처음부터 건강식품이나 전통차 매장에서 판매했다면 허브 티 역시 낡은 이미지를 벗어날 수 없었겠죠.”

기타지마 사장은 자신이 경영하는 일본녹차센터의 연간 매출이 아직 300억원에 불과하지만 매년 10~20%씩 늘어나고 있어 허브 티 붐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한방차 역시 현대적인 감각의 옷을 입히고 젊은이들의 관심을 끌 만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지 않고서는 대중화하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의 매력은 ‘느림의 미학’에 있다.

티포트에 잎차를 넣고 끓는 물을 넣은 다음 기다리는 과정 자체가 느긋하다. 바쁘게 움직이는 현대인에게 심호흡할 여유를 갖게 하는 데는 차만한 게 없다. 게다가 디톡스 효과도 크다. 카페인이 듬뿍 들어 있는 커피와는 차원이 다르다. 지방덩어리인 크림이나 설탕을 넣을 필요도 없다. 그래서 기타지마 사장은 “커피의 시대는 가고 차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단언한다.

일본녹차센터에서는 히비스커스 · 로즈힙 · 페퍼민트 등 폼파돌사에서 수입한 70여 종의 허브 티를 판매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청량감이 뛰어난 페퍼민트 허브 티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허브 티를 몇 종류 소개한다.

* 히비스커스(Hibiscus)

이집트의 아름다움의 신 ‘HIBIS’와 그리스어 ‘ISCO(닮았다)’의 합성어.
차는 히비스커스(영어명 로젤)의 꽃받침을 건조해 이용하는데, 매혹적인 루비 색깔을 띤다. 아름다운 색깔 때문에 블렌딩한 허브 티에 많이 이용되는데 신맛이 강해 설탕이나 꿀을 가미하면 좋다.

* 변비에 좋고 목의 통증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다. 이뇨작용이 있어 숙취에도 도움이 된다.


* 로즈힙(Rosehip)

들장미의 열매로 ‘천연 비타민C의 폭탄’이란 별명이 붙어 있다.
로즈힙의 비타민 함량은 오렌지의 20배, 레몬의 60배나 된다. 눈의 피로·변비·생리통을 완화시키며 더위를 먹었을 때나 감기·임신 중 영양 보급에 좋다. 거친 피부를 매끄럽게 해주는 미용 효과도 있다.

* 페퍼민트(Peppermint)

차로 이용되는 민트에는 페퍼민트·스피아민트·애플민트가 있다.
특히 페퍼민트는 강한 청량감이 있고 위장병·두통·히스테리·신경통·류머티즘겺·치통·산통 등의 약으로도 쓰인다.
가을부터 매일 마시면 겨울에 감기를 앓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또한 진정작용이 있어 심신이 불안할 때 마시면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힐 수 있다.

* 프루츠 앤 허브 믹스(Mixed Fruit & Herbs)

북유럽의 전통적인 지혜에서 비롯된 프루츠와 허브의 블렌딩으로 상쾌한 산미에 루비 색깔이 아름다운 허브 티다.

과일과 허브가 섞인 혼합 침출차로 비타민C가 풍부해 감기 예방 및 피부미용에 좋다.

* 카모마일(Camomile)


카모마일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에서 차로 이용하는 것은 저먼 카모마일과 로만 카모마일이다. 진정·소화촉진 작용이 뛰어나며 취침 전에 마시면 편히 잠들 수 있다. 임신부나 산후에 자궁을 강화시켜 주는 기능도 있다. 뜨거운 물 한 컵에 꽃 5~6송이를 넣고 몇 분간 우려냈다가 마시는데 유럽에서는 식후에 커피대신 즐겨 마시는 차다. 스트레스가 많은 샐러리맨이나 수험생에게 권할 만하다. 목욕재로 이용하면 근육통·신경통·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

* 블루말로(Blue Mallow)


블루말로는 말로 꽃을 말린 것으로 차를 탈 때 우러나오는 푸른빛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 중 산소와 반응해 변화한다. 아름다운 색깔을 눈으로 즐길 수 있고 레몬 즙을 넣으면 핑크 색으로 변한다. 특별한 맛이 없는 것이 특징. 천식이나 기관지염 등 호흡기 질환에 효능이 있으며 변비·여드름·꽃가루 알레르기에도 유효하다. 목이 아플 때 허브 티로 양치하면 염증을 완화해 준다. 화장수 대용으로 사용하면 아름다운 피부를 가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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