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60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하며 살아온 비구니 한 분이 찾아왔다. 오늘도 하루 종일 서서 무료 급식을 하느라 무릎 아픈 걸 간신히 참았다며 아픈 부위를 보여준다.

▶우슬과 한약재 아교(오른쪽)

약간 변형된 스님의 무릎에는 붓기가 있고, 움직일 때마다 똑똑 소리가 났다. 관절 내측 부위를 누르자 ‘아야’하며 통증을 호소한다. 상당히 진행된 퇴행성 관절염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자신을 돌보지 않는 희생적 삶과 좌식 생활의 반복이 무릎에 손상을 줬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나이가 들어 노화가 진행되면 많은 사람들이 퇴행성 관절염으로 고통받는다. 60세 이상이 되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성은 40%, 여성은 60% 이상이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통계를 본 적도 있다.

여성이 남성보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가 많은 것은 생리나 출산을 겪으면서 혈액 속의 칼슘이 손실됐기 때문이다. 이 질환의 치료제에 대한 광고를 보면 ‘지긋지긋한 관절 파내 버리고 싶다’는 심정이 어김없이 담겨 있다. 퇴행성 관절염이 삶의 질을 얼마나 떨어뜨렸으면 그런 광고가 나왔을까.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에 대한 반복적인 노역이나 노화가 원인이다. 뼈와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부드러운 연골 부위가 얇아지거나 닳아서 손상되면 관절 내에 염증이 생기면서 통증이 일어난다.

심하면 관절을 싸고 있는 인대와 근육 쪽에 불균형이 일어나 관절의 변형을 일으켜 ‘O자형’ 다리가 되면서 절룩거리게 된다. 퇴행성 관절은 무릎뿐만 아니라 손가락 고관절, 어깨, 손목 등 모든 관절 부위에서 진행될 수 있다.

항상 사용하는 관절은 늘 부하가 걸려 있으므로 통증이 있다고 해서 단순히 소염 진통제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진통제의 사용으로 통증을 못 느끼면 함부로 관절을 사용해 관절 손상을 촉진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퇴행성 관절염은 구조적인 병이므로 미봉책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퇴행성 관절염은 노화와 함께 진행되는 역사가 오래된 질병이다. 인류가 존재하면서 시작된 관절염에 대해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한의학은 뛰어난 치료법을 가지고 있다.

한의학에선 보법(補法)을 주로 쓴다. 기혈의 소모가 심해 관절 부위의 윤활작용을 하는 진액 성분이 부족하면 마침내 부드러운 연골의 손상이 일어나고, 결국 뼈 자체의 변형까지 초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손상된 연골의 조직을 보충해 주는 교원질을 만들기 위한 한약재로 교제(膠劑)가 있다.

아교, 별갑교, 구판교 등이다. 특히 아교는 2,000년 전부터 사용해온 대표적인 교제로, 당나귀 껍질을 오랫동안 고아 잡질을 제거하고 응교(凝膠)시킨 약이다. 이는 관절뿐 아니라 인체 조직의 훼손된 부위를 땜질하고 막아주는 작용을 한다.

민간에선 퇴행성 관절의 교원질을 보충하기 위해 오골계의 발과 한약을 함께 고아 먹기도 한다. 말의 앞발, 호랑이 뼈 등이 퇴행성 관절에 효과가 있다는 설은 모두 초근목피로 된 초재(草材)만으로는 인체의 손상을 보충하기에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주목할 약초로는 우슬(牛膝)이란 약재가 있다. 우리말로는 쇠무릎지기라고 한다.

우슬의 뿌리를 술에 담가 한 번 찐 다음 교질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재료(흔한 재료로 닭 한 마리나 돼지 족, 소 무릎뼈 등)와 함께 달여 먹어도 좋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체중이 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습하고 냉한 곳을 피하며 몸을 따뜻하게 유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