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약차
약차문화 중국인 일상에 깊이 뿌리내려 대중적 성공 거둔 광동성 凉茶 ‘王老吉’
노양차, 유네스코 비물질문화유산 신청
약재의 산지를 보러 중국을 다니며 틈이 나면 중의약 관련 서점을 둘러보았다. 중국엔 중의약에 관련된 인원이 많은 관계로 우리보단 훨씬 더 풍부한 전적(典籍)들이 있기 때문이다. 생활한방에 관심이 있던 터라 쉽게 적용할 수 있는 차제(茶劑)와 주제(酒劑)에 관련한 많은 책을 수집해 보았다. 책의 종류는 워낙 다양해 중국의 인민들이 쉽게 가정에서 우려 마실 수 있도록 만든 간단한 간이방 모음집도 있고, 전문가를 위한 많은 처방이 수록되어 있는 아주 두꺼운 책들도 있었다.
차제는 어떠어떠한 질환에 몇 종류의 약재를 조합해 차처럼 끓여 먹어라는 방법을 적어 놓은 경험방이나 민간방의 성격이지만, 중국 전역에서 모아진 터라 구성되는 약재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다. 책을 보고 있으면 중국인의 삶 속에 약차문화가 깊이 뿌리내려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 역시 차처럼 마실 수 있는 민간방들이 있지만 기록의 양으로 볼 때는 도저히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의 약차로서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것은 왕라오지(王老吉)라는 광동성의 양차(凉茶)다. 현재 코카콜라를 위협할 정도로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캔음료로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다. 광동성은 예로부터 학질이 많이 발생하고 비가 많은 고온 다습한 지역이라 더위를 예방하고 습기를 제거하는 약들이 필요했다. 이러한 기후적인 환경을 이길 수 있는 여러 가지 약재를 처방하여 약한 불에 장시간 달인 후 식혀서 음료처럼 복용한 것이 광동성 양차였다.
양차(凉茶)는 갈색이며 빙당을 가해 약한 단맛이 나는 데, 감기로 인한 열과 과로로 인해 목이 타거나 입이 마를 때, 체열로 소변이 탁해질 때 마시면 증상이 사라진다고 했다. 그래서 광동지역 사람들은 몸에 해로운 탄산음료보다 건강을 챙겨주는 양차(凉茶)를 늘 곁에 두고 습관처럼 마시곤 했다. 이 때문에 광동성의 양차(凉茶)는 100년 이상 광동성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음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전통약차를 쟈또바오그룹이 대중적인 캔음료로 출시하면서 코카콜라를 밀어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지금은 중국의 어느 조그만 슈퍼에서도 쉽게 왕라오지 캔을 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왕라오지 양차(凉茶)의 성공으로 광동성 정부와 문화청, 식품업협회에서는 2005년 8월에 王老吉, 황진룡, 양화당, 익화당, 건생당 등 노양차를 광동성 식품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유네스코에 비물질문화유산 신청을 마쳤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을 바라보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한의학의 가능성을, 우리도 전통 한의학을 기초로 한 상품을 개발하여 대중화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차제(茶劑)는 차처럼 가볍게 부담 없이 자주 마실 수 있으면서 병을 고쳐야 한다. 그러나 맛이 없어 기호성이 떨어진다면 아마 차처럼 마실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약차처방은 맛이 없는 부분을 빙탕(氷糖) 즉 설탕을 만들기 전의 원당을 넣어 단맛으로 맛을 만들어 내고자 했다. 왕라오지는 중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너무 많은 당을 사용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지 않는 듯 하지만….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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