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허담이 쓰는 한방차 이야기(4)
즉석 한방차 향미가 상상력의 나래 자극하고…
물온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깔과 향기
황기차 식혀 마시면 커피맛과 비슷해
소엽차 색깔 변화에 있어서 카멜레온
한방차를 시음하기 위해선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일단 원재료 본래의 맛을 알아야 포제를
통하여 맛을 조정할 수가 있다. 파쇄기를 통해
약재를 일정한 입자 크기로 만들기만 하면 바로
다관이나 걸름망을 통해 시음해 볼 수 있다.
이 때 원두커피의 추출방식인 핸드드립을
이용하면 다관에서 우려내는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도 고급스러운 맛을 음미할 수 있다.
그럼 방법을 알아보자. 깔때기에 걸름종이를 접어 올린 다음 입자로 만든 약재를 깔때기의
반 정도 차도록 담는다. 핸드드립 주전자에 끓인 물을 담고 천천히 드립해 들어가면서
약재입자가 물에 적셔 들어가는 정도를 보고 드립의 속도와 위치를 조정한다.
되도록 천천히 일정하게 골고루 드립하는 것이 약재의 향미를 품어내게 하는데 좋다.
원두커피의 핸드드립과 마찬가지로 추출되는
향미는 약재의 분쇄 정도와 물을 따르는 속도와
위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에 여러
번 행하면서 원하는 맛을 찾아내어야 한다.
또한 약재에 따라 찬 물에서 뜨거운 물까지 다양한
온도를 이용해 드립해 가면서 시음해 보면 어느
온도에서 최적의 색깔과 향미가 나오는 지
알 수가 있다. 원두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이 때 풍겨져 나오는 커피의 향을 즐기는 것과
똑같이 약재 고유의 향미를 즐길 수가 있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다. 물이 약재의 입자를
통과해 약재의 향미를 담아서 나올 때 그것을 즉석에서 맛을 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무한한 상상력의 나래가 펼쳐진다.
백 가지 천 가지의 맛. 탕으로 끓이지 않고 화학적인 최소의 변화를 가지고 바로 즉석에서 음미할 수
있는 것. 날 것! 하나도 조정되지 않고 가미되지
않은 맛. 한약재를 연구하는 사람이라면 약재의
벡터 방향의 단초를 알게 해주는 이 맛.
아! 한동안 감동이었다.
황기는 세로로 된 섬유질이 많아 직각절단을 한 후 파쇄하면 고른 입자를 얻을 수 있다.
그냥 우리면 맛이 밋밋하기에 로스팅으로 조직을 팽화시켜 물이 잘 스며들도록 한 후
드립하여 추출한다. 마치 연한 커피색처럼 추출되는 데 식혀서 마시면 커피와 맛이 비슷하다.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대용할 수 있을 정도라고나 할까.
여러 가지 약재 중에서 특히 소엽의 추출은 색깔의 변화에 있어서 카멜레온이다. 뜨거운 물
추출에선 바로 군청색이 튀어 나오지만 찬물이 되는 순간 바로 보라색으로 변한다.
드립하는 물의 온도에 따라 천연색의 칼라가 튀어 나는 것이다. 이 때 레몬 몇 방울을
첨가하면 다시 분홍에서 빨강으로 색깔을 갈아입는다. 보는 사람은 마치 마술을 보는 듯
신기하게 바라본다. 소엽의 풀내음이 거슬리는 사람은 약간의 로스팅으로도 맛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허담/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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