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온 뒤 급격하게 기온이 많이 낮아질 것이라는 일기예보를 듣고 완전무장을 하고 찾은 영덕, 영해….
이곳에서 한창 옴니허브의 갈근 채취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하여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새벽부터 갈근을 캐기 위해 먼저 산을 오르셨다는 어르신들을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움직여 도착한 영해는 일기예보와는 달리 따뜻한 햇살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습니다. 차를 타고 굽이굽이 올라가다보니 길이라고 하기엔 발 한쪽 딛기 어려운 좁은 입구가 하나 보였는데, 아마 어르신들께서 산을 오르기 위해 만들어 두신 듯합니다.
그 곳을 시작으로 하여 오르기 시작한 산은 웅성하게 우거진 나무와 나무넝쿨들로 인해 길이라곤 알아볼 수가 없을 뿐 아니라 어디쯤 몇 분이 계신지도 모르는 상황에 무작정 소리를 질러 그 분들의 위치를 알아내기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듯했습니다.
한 시간 남짓 산을 헤매었을까 어디선가 들리는 반가운 사람들의 인기척이 들려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러보니
우리보다 먼저 오른 어르신들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곳은 다름 아님 경사가 급격한 산자락으로 여러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반가운 갈근넝쿨과 우리의 최고의 적이었던 찔레꽃 가시 줄기들이 앞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여기저기로 헤쳐 나가다보면 찔레꽃 가시가 바지자락을 잡고 놓아주지 않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그것을 손으로 거부하다 남긴 영광의(?) 상처들은 아직까지도 쓰라린 듯합니다. 그렇게 어려운 상봉을 하여 뵙게 된 어르신들…..
우리의 어려운 고난을 어찌 아셨는지 우리 일행에게 보여주시려는 듯 때마침 아주 어마어마한 갈근 한 뿌리가 빼꼼히 얼굴을 내밀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그 경사진 땅을 얼마나 파헤쳐 내려가셨는지 칠순이 다되신 연세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준비해간 새참을 드시는 사이 잠깐 거들어보려 갈근 주위 흙을 파내보았으나 땅이 워낙 단단한지라 땀만 비 오듯, 성과는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행여나 월척에 흠이 생길까 쉽사리 괭이를 휘두를 용기조차 없었습니다. 목만 약간 축이시더니 다시 땅을 파내려 가기 시작하십니다. 어찌나 깊이까지 뿌리를 내려 있는지 땅을 파내고 파내도 끝은 보이지가 않습니다. 도대체 어디까지 뿌리를 내리고 있을지 모두들 기대에 부풀어 한곳만 집중을 하고 있어 갈근 한 뿌리 캐어내는데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젊은 시절 갈근을 캐 보시고 세월이 흘러 최근에는 처음으로 작업을 하시는 거라 말씀하시만 그 힘만은 청년시절 못지않은 듯합니다. 힘들게 실랑이를 하다 드디어 몸뚱이를 전부 드러낸 놈은 10Kg는 거뜬해 보입니다. 혼자서 힘겹게 들어도 보았지만 행여나 흠집이 날까 조심스럽습니다.
그렇게 반나절을 고생해서 모아진 갈근은 한 분당 60~70Kg정도로 날마다 차이는 있다고 하십니다.
점심식사시간이 되자 어르신들은 각자 캐어낸 갈근을 자루에 담으시더니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그것들을 어깨에 메고는 길하나 없는 가파른 산을 내려가십니다. 일행들도 그 뒤를 따라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따라갔으나 도저히 너무 험하고 미끄러운터라 뒤따를 수가 없어 편한 길을 찾아 두르고 둘러 산을 내려왔습니다.
산을 내려와 어르신들을 찾아간 곳은 언제부터 시작을 했는지 나무 장작으로 불을 피우고 계십니다.
아마 점심메뉴는 삼겹살파티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도구가 너무 부족해 보였는데 갑자기 어르신 한분께서 나뭇가지 여럿을 구해오시더니 낫으로 끝을 뾰족하게 만드십니다. 그때까지는 어떤 일이 벌여질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 어르신들은 나뭇가지를 하나씩 나누어 가지시고는 길다란 삼겹살을 꿰어 불가로 다가가 고기를 굽기 시작하십니다. 난생 처음 보는 광경… 하지만 맛 또한 난생처럼 맛보는 기가 막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맛입니다.
그렇게 점심을 해결하고 저희는 어르신들의 오후 작업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갈근 건조작업장을 둘러보기 위해 산을 내려왔습니다. 영해시장 근처에 위치한 작업장은 갈근 건조만을 위한 비닐하우스로 길이가 대략 50m는 될 듯합니다. 입구에는 아주머니 한분께서 직접 일일이 손으로 절단 작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우선 커다란 갈근을 작두로 편 모양으로 자른 다음부터는 칼로 직접 일일이 깍둑썰기를 하고 계십니다. 옆에서 도와드리려 칼을 잡았으나 워낙 갈근의 질이 단단하여 잘려지지가 않았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저의 모습에 장갑을 벗어 보이시며 갈근 칼질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물집이 잡히고 터지고 반복했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손을 보여주십니다.
모든 약재가 그러듯 갈근 또한 약재로 유통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고 그분들의 땀과 피가 묻어 있는지 절실히 느낄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