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땅속 1m 깊이에서 자라기 시작한 육종용의 싹은 연약한 아이보리색 비늘을 덮은 채 땅 표면을 향해 자라기 시작한다. 캄캄한 땅속에서 싹이 조금 자라면 다시 비늘이 덮이기를 반복하며 크기와 굵기를 더해간다.
매일 똑같은 일을 3년여를 한 다음에야 땅 표면을 뚫고 하늘을 향해 비상할 수 있다. 땅 표면에 도달한 순간 육종용의 머리부분에선 鱗甲의 사이로 하얀 꽃망울을 무리 지어 토해낸다.
그러나 그것은 곧 죽음의 시작이다.
꽃이 핌과 동시에 육종용의 내부는 구멍이 뚫리기 시작하고 그 사이로 육종용의 단물을 빨아먹으려는 벌레들로 인해 내부는 안에서부터 녹아내려 육종용의 흔적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육종용의 라이프 사이클은 바로 情事의 허망함을 보는 것과 같다.
오로지 한번 射精하기 위한 일념으로 살아가는 식물이 바로 육종용이다.
오로지 수컷의 성기만 달랑 달려있는 듯한 식물이 육종용이다.
채약꾼은 사정하기 전의 육종용만 약재로 쓴다.
땅이 마치 벤츠 자동차의 로고모양으로 솟아오를 때, 좀 야하게 이야기한다면 아침에 성기가 발기하여 텐트를 치는 모양으로 육종용이 땅을 텐트삼아 봉긋 솟아오를 때 채약꾼은 육종용을 캐낸다.
이미 땅으로 솟아올라 하얀 꽃망울을 토해내기 시작한 육종용은 채약꾼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마치 정액을 토해내고 죽어버리는 자지의 비애와 닮았다.
石詞子市에서 老沙灣을 거쳐 우리는 마침내 고비사막으로 향했다.
사막을 가기 위해 일제 파제로 지프차에 한가득 생수를 싣고 거의 하루를 달려 사막으로 온 것이다.
날씨는 맑았지만 하늘이 낮아진 듯 태양은 따가웠다. 사막으로 가는 길은 비록 포장된 도로가 나 있었지만 70년대에 군인들이 건설한 도로라 요철이 심해 도로 사정이 엉망이었다. 육종용을 보기 위해 우리가 찾아가는 사막은 아직도 소금기가 계속 올라오는 땅이다.
간간이 물을 잡아 놓기 위해 미루나무를 촘촘히 심고는 그 안에 아무 데서나 잘 자라는 옥수수를 심어 놓았지만 소금기로 자라지는 못하고 있었다.
미루나무조차 보이지 않는, 도로가 끊어지는 지점쯤에서 회족식당이 있었다. 아마 사막의 초입에 해당하는 곳인가 보다. 실내에 들어서니 제법 시원하다. 사막은 태양만 피하면 금새 시원한 느낌이 들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건조한 사막기후의 특색인가. 회족모자를 쓴 주인장이 아주 먼 곳에서 온 듯한 이방인들을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반갑게 맞아준다.
진선생이 이미 우리 한국사람들의 식성을 파악한 듯 짬뽕국물에 비빈 것 같은 매운 국수를 시켜준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회족이라 양고기로 국물을 내었지만 제법 먹을만한 음식이었다. 이제 사막으로 들어가야 한다.마치 키를 넘는 강물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는 듯 온 몸에 짜릿한 긴장이 감돈다. 그러나 도로를 벗어나 사막으로 진입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리를 인도하는 沙灣의 현지인도 사막은 까딱 잘못하면 길을 잃어버리기에 자신들도 웬만해선 도로에서 50km 이상은 벗어나지 않으려 한단다. 몇 해 전에 육종용을 캐러 사막으로 들어간 몇 사람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면서…. 파제로는 바퀴자국이 있는 듯한 곳을 골라 사막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사막에서 사막을 바라보니 땅덩어리의 끝을 보는 느낌이다. 아지랑이가 이는 듯 사막의 저 끝은 몽롱하다. 바다를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면 수평선 저 너머가 가물가물해 지듯 사막 역시 지평선 저 너머가 가물가물해 진다.
저 끝 너머엔 또 무엇이 있을까?
한 20킬로미터쯤 들어갔을까 육종용을 캐는 현지인이 차에서 내려 주위를 살핀다.
육종용은 키가 1∼2미터쯤 되는 소소체 나무뿌리의 습기를 빨아먹고 자라는데 주변에 그 나무들이 많이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이미 6월에 접어들어 벤츠마크로 땅을 뚫고 올라오는 육종용을 발견하기는 어려웠고, 결국 우리가 발견한 것은 이미 꽃이 피어 속이 썩어 있는 육종용과 아직 땅속에서 내년이나 내후년쯤 땅 표면을 뚫고 올라올 어린 육종용뿐이었다.
우린 이미 사막에서 건조중인 육종용을 보아온 터라 크게 아쉬움은 없었다. 다만 육종용의 생과 사를 통해, 땅속에서 곁가지 없이 하나로 자라 올라오는 육종용의 통일된 기운이 補陽이란 약성으로 투영됨을 알 수 있었고, 그 약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陰乾한 육종용이라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