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에 소개한 약초 아바이 최진만씨 이야기를 한번 더 쓰려고 한다. 그의 약초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감탄했고 그의 약초사랑에 대한 깊이에 감동했기 때문이다.

최진만 씨는 워낙 애주가다. 약의 성능을 알면서부터는 수십 가지의 약주를 만들어 마셨다. 오갈피, 원지, 육종용을 한데 넣거나 따로따로 술을 만들어 마신다. 오미자, 원지, 시호, 벌통 등도 그의 술 재료로 쓰인다.
기운이 없을 때는 원지, 오갈피, 육종용을 마시면 이튿날 아침에 바로 기운이 솟는다. 인후염이 생겨 목이 간질간질하고 기침이 나오려고 할 때는 오미자 술을 마신다.
원지를 따로 불린 술도 마신다. 원지 2~3g를 패트병에 담가 뒀다가 피곤할 때면 취침 전에 알각잔(편집자 주: 각이 진 작은 술잔)으로 1잔씩 마신다. 며칠만 마시면 금방 잠이 잘 오고 눈에 정신이 돌고 기운이 난다. 보양을 위주로 하니 항상 숙면이고 어지러운 꿈을 꾸는 법이 없고 식미가 당긴다.

체중은 총각 때부터 지금까지 정확히 60kg을 유지하고, 혈압도 정상이어서 최고혈압은 늘 120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더운 날에 머리가 띵하고 혈압이 내려가는 느낌이 있으면 봉왕장을 5일 정도 마시고 정상상태를 회복한다.

산에서 벌통을 얻어 술에 담가서 마시면 혈압에 좋다. 좋기는 말벌통[馬蜂子]인데 올빠시[野蜂子]도 괜찮다. 2002년 7월에 팔포강 녹장(鹿場)에 갔다가 비술나무 꼭대기에 있는 벌둥지(편집자 주: 벌집)를 발견했다. 말벌둥지여서 너무 기뻤다.

한창 7월이라 벌이 너무 많아 손을 대지 못했다. 서리가 내리면 벌이 둥지 안으로 들어가는데 그 때에 보자고 혼자 벼르며 자리를 떴다. 가을에는 일이 바빠 가지 못하고 이듬해 6월에 가보니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수십 리를 말벌둥지 때문에 찾아갔는데 텅 빈 자리를 보니 맥이 풀린다.
나무가 땅에 쓰러져있었다. 광풍이 불었던 모양이다. 말벌둥지는 많이 짓눌리고 깨어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벌둥지를 주어다가 집에 와 술에 담가두었다가 마셨더니 정력이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지더라고 했다.

최진만 씨는 자신과 가족의 병은 미리 캐두었던 약초들로 치료하곤 한다. 집에는 수십 가지의 약초가 있다. 독이 없는 약초는 응달에 말리고, 독이 있는 약초는 소금물이나 쌀 뜨물에 담가 독을 뺀 후 말려 쓴다.
감기에 걸리면 도라지, 용담초, 승마, 방풍, 시호를 넣어 한 첩 달여서 먹으면 금방 떨어지곤 했다. 변비에 걸리면 앵두씨나 복숭아씨를 깨서 먹는데, 심할 때면 1알, 보통 때는 반 알 먹으면 금방 해결되곤 했다고 한다.

그는 옴니허브 약재작업장 담장에 피어있는 둥근 솜뭉치같이 부드러운 푸른색 식물을 가리켰다.
댑싸리, 즉 지부자라고 했다.
한번은 쥣병에 걸렸는데, 링거 주사를 맞는 한편 이뇨제인 지부자를 달여 마시고 소변을 배출했더니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낫더라고 했다. 그의 집 식구들은 병이 나도 약초 외에 양약을 먹는 법이 없단다. 그래도 모두가 아무 병 없이 건강하다고 한다.

최진만 씨는 좌골신경통에 걸려 허리며 다리가 아팠었다. 그는 백복령과 천문동을 섞어 책에 적혀있는대로 1g씩 매일 2번 먹었는데 별 효험이 없었다. 양을 조금 늘려 2g씩 2번 먹었다. 효험이 좀 있는 듯 했지만 여전히 시원치가 않았다.
이번에는 고삼 벌레를 7~8마리 정도 술에 담가 이 약을 먹을 때마다 한잔씩 마셨더니 허리 쪽은 많이 나았다. 하지만 그 독이 왼쪽 발등에 걸려 발등이 아팠다. 그래서 유백피(楡白皮), 양제근(羊蹄根)을 가루 내어 발등에 붙였더니 3일 만에 살이 검게 되면서 독이 빠지고 깨끗이 나았다고 한다.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도 처방을 내주곤 했다. 한 노인친구가 변비를 호소해 천문동, 백복령을 가루 내어 1g 정도 하루 한번씩 먹게 했더니 매일 식전마다 정확히 배변할 수 있었다.
한번은 23살 먹은 젊은 총각이 좌골신경통 확진을 받고 고민하기에 자신이 치료했던 경험대로 약을 써주었더니 금방 나았다고 한다.
주변사람들은 아픈 곳이 있으면 최진만 씨를 찾았고, 최 씨도 기꺼이 해결해주곤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먹어보지 않은 약재는 절대로 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옴니허브에서 자신이 원하는 약초 일을 하니 인생이 즐겁다고 했다. 매일 약초를 알뜰히 정선하고 건조시키고, 널어놓은 약초들을 자주 뒤집어 습기를 뺀다.

그는 9월이면 시간이 있어 산으로 가서 약초를 캐겠다고 했다. 두 손을 마주 부비는 그에게는 자기 손으로 캐는 약초에 대한 그리움이 우러나고 있었다.

약초는 하늘이 인간에게 덤으로 주는 생명이다. 중국말에 ‘산이 있는데 땔나무 걱정이 있느냐’ 라는 속담이 있다. 근본을 따르면 만사가 풀린다는 뜻이다.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가서 깨끗한 공기를 마시고, 깨끗한 햇볕을 쬐고, 산길을 걸으며 뼈를 튼튼히 하고, 푸른 산 푸른 물 푸른 숲을 보며 기쁨을 얻는다면, 이것이 장수의 비결이지 무엇이겠는가?

자연이 있는 한 건강 걱정은 필요 없다. 웰빙은 다만 인간이 순기자연(順氣自然) 하느냐 안 하느냐에 달린 모양이다. 최진만 씨 얼굴에 피어있는 만족스런 웃음을 보며 이 간단한 도리를 마음에 깊이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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