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같이 솟는 작약의 새싹
봄이 오면 작약의 새순이 올라옵니다.
강렬한 붉은 빛으로 마치 화산이 터지듯이 땅을 가르고 일직선으로 솟는 그 모습이 보는 사람을 주춤하게 할 정도의 강한 기세로 주위를 압도합니다.
함박꽃이라 불릴 정도로 화사하고 커다란 꽃에만 익숙한 이들은 대체 저게 뭘까… 하루만에 몇 센티씩 그것도 붉게 솟는 저게 뭘까…
궁금해 하지만 오월이 되어 붉은 꽃을 피울 즈음엔 대새 봄에 보았던 그 별난 모습을 잊기 마련입니다.
누군가 일직선으로 솟아올라 붉은 잎을 사방으로 흩어내는 모습이 땅에서 불이 난 듯하다고 합니다.
땅에 숨어 있던 대체 어떤 기운이 봄을 맞아 이처럼 뜨겁게 솟아 나오는 걸까요…
작약으로 불난 듯한 초봄의 들판
이와 같이 작약은 얼어있던 대지를 뚫고 솟아오르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한의학적으로는 음한응결(陰寒凝結)을 부수어 내는 힘을 가졌다고 해석합니다.
음한(陰寒)의 응결(凝結)을 풀고 펼치기 위해선 그 못지않은 세기의 강한 양적(陽的)이며 따뜻한 힘을 가져야 합니다.
여기에 작약의 약성이 있고 한의학적인 쓰임새가 도출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봄에 꽃피기 전…
작약꽃은 대개 붉습니다. 물론 흰꽃도 있고 분홍꽃도 있습니다만 대개 붉습니다.
앞에서 보았듯이 싹도 붉고 줄기도 붉은 작약은 봄이 깊어갈수록 푸른색으로 변화되어 갑니다만 여전히 줄기에 또 잎 가장자리에 무엇보다 피기 전의 꽃망울 속에 불처럼 붉은 빛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이렇게 붉은 기운이 강한 작약을 어디에 사용할까요?
우리 옛적 조상들은 쉽게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붉으니까 붉은 것에 작용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몸에서 붉은 것은 피(혈액)가 아니겠습니까…
5월이 되면 온 들판은…
붉은 작약꽃으로 뒤덮입니다.
흰꽃, 분홍꽃과 더불어 산과 들이 푸르디 푸른 5월에 붉게 만발한 작약만큼 보기 좋은 것이 또 있을까요.
봄에 돋았던 불꽃같은 작약의 새순은 그 붉은 빛깔을 천지사방으로 펼쳐 줄기와 잎을 번성케 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줄기와 잎은 그 붉은 빛을 잃는 듯이 보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작약의 약성이 붉은 기운에 있다면 그 약성은 봄에는 새순과 새로 돋는 가지, 잎에 있었고 꽃이 필 무렵에는 다시 온 몸의 붉은 기운을 꽃에 쏟아 모읍니다.
작약(芍藥)을 작약(焯藥) 또는 작약(焯藥)이라고 합니다. 焯藥은 불사르는 듯이 붉게 타오르는 듯한 새순과 꽃을 빗대어 말한 표현이고 焯藥은 예쁘게 피운 꽃의 모양을 빗댄 이름이겠지요.
다종 다양한 작약꽃들
가을도 되기 전에 작약은…
일찌감치 피웠던 꽃을 거둬들입니다. 결실하기 위한 과정일 것입니다. 결실은 왜 할까요?
작약이라는 식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오로지 후대를 잇기 위한 생식적인 절치이겠지만 한 생명이 가진 순환의 고리 속에서 본다면 기운, 즉 작약이 가진 생명력의 이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약의 생명력(결국 한의학적인 약효)은 몸에 새순으로 여름에 꽃으로 가을에 열매와 뿌리로 계절을 따라 이동합니다.
지상부가 쇠락하면 작약의 기운은 오로지 뿌리로 내려갑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에는 근원적이고 역동적인 힘이 있습니다. 살아있기 때문에 그 힘은 움직입니다. 움직이는 힘에는 방향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작약의 생명력은 움직입니다. 살아있으니 움직이는 건 당연하겠지요.
봄에 솟고 여름에 펼치고 가을에 열매로 맺혔던 기운은 지상부가 쇠락함과 더불어 땅속의 뿌리로 이동합니다. 정지되어 있는 듯한 식물이지만 살아 뛰어 다니는 그 어떤 동물 못지 않은 역동적인 생명력이 그 안에 있는 것입니다.
위로 옆으로 아래로 움직이는 살아있는 그 힘을 한의학에서는 적절히 응용하여 아픈 사람을 치료해 내게 됩니다.
작약은 수많은 뿌리를 쓰는 한약재 가운데 가장 일찍 캐냅니다. 9월이 되어 지상부의 잎이 말라 들어갈 무렵이 가장 적기라고 합니다.
조금 늦어져서 지상부가 완전히 사라지고 겨울이 되면 땅속에서는 이미 ‘촉’이 돋기 때문입니다. 그 ‘촉’은 약용하는 부위도 아니고 작약의 힘이 ‘촉’을 만드는 데에 소모될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채취하는 것이지요.
이처럼 한약재 하나에는 올바른 재배와 관리는 물론 가장 합당한 수확 시기가 있고 또 정확히 요구됩니다. 그럴 때에 가장 원하는 바의 효능을 최대한으로 갖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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